① 연료 무게만 배 무게의 절반… 귀순 도운 母船 있었을 가능성
② 선원 1명은 다림질한 옷… 단 한번 조사·진술로 '민간인' 규정
 

국정원이 주축이 된 중앙합동정보조사팀은 25일 여전히 북한 목선(木船) '입항 귀순' 사건을 조사 중이다. 청와대와 군이 "조사 중"이란 이유로 일제히 함구하는 가운데 이번 귀순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증폭되고 있다.

①700~800㎞ 어떻게 이동했나

이번 사건을 규명할 열쇠 중 하나는 목선의 동선(動線)이다. 목선은 직선거리만 500㎞가량인 경성(함경북도)~삼척 구간을 항해해 왔는데 최소 700~800㎞를 이동했다. 길이 10m, 폭 2.5m, 무게 1.8t의 28마력 소형 목선이 삼척항까지 항해하려면 최소 1000L의 기름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목선 무게 절반 이상의 연료가 필요했다는 뜻인데 삼척항 입항 당시 목선에는 녹색 통이 2개가량만 실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새벽 삼척항 방파제에 정박한 북한 목선에 타고 있던 북한 선원들을 상대로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이 입항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북한 선원 4명 가운데 2명은 본인 의사에 따라 3일 만에 북한으로 송환됐다고 정부는 밝혔다.
지난 15일 새벽 삼척항 방파제에 정박한 북한 목선에 타고 있던 북한 선원들을 상대로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이 입항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북한 선원 4명 가운데 2명은 본인 의사에 따라 3일 만에 북한으로 송환됐다고 정부는 밝혔다. /김경현씨 제공

당시 동해는 대체로 해류(海流)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흘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류를 거슬러 이동하려면 내내 동력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다만 해군 관계자는 "항해를 하는데 바람의 영향도 있을 수 있고 부분 부분 해류가 달라져 바다의 상황은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군은 목선이 레이더에 포착되기도 했으나 당시 배 높이보다 높은 파도가 쳐 식별이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경찰에 최초로 알렸던 신고자는 "가장 젊은 사람 1명은 빳빳하게 다림질한 옷을 입고 있었다"며 "다리미로 칼 주름을 잡은 옷이었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작은 목선을 타고 수백㎞를 항해한 사람들치고는 지나치게 멀끔한 모습"이라고 했다. 군 안팎에서는 이 목선의 귀순을 돕는 '모선(母船)'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②선원들, 정말 민간인 맞나

정부는 귀순 당일(15일) 1차 합동정보조사를 실시했다. 통일부는 이 조사 결과를 16일 오전 통보받고, 그날 오후 바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선원 2명의 송환을 통보하고 18일 돌려보냈다. 1차 조사에서 귀환 의사를 밝힌 2명의 선원을 '민간인'으로 규정한 뒤 신속하게 북송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한 번의 조사와 일방적 진술만으로 민간인이라고 규정해 북으로 돌려보낸 셈"이라며 "하지만 여러 정황과 복장 등을 보면 일반 어민은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충분히 간다"고 했다. 2명의 선원이 금전적 혜택을 받고 2명의 귀순을 도와준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의도를 갖고 있었는지는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일각에서는 인민복·전투복으로 보이는 귀순 복장을 두고 '군인설' '간첩설' 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군은 자세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민간인이 맞는다"고만 했다.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낡은 전투복을 입은 건 맞지만, 군사 훈련은 받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며 "몸집, 체격, 어깨 근육의 발달 상태, 몸동작 등으로 전투 훈련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식별해내는 기법이 있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어민과 군인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도 있고, 어민이 군복을 입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③어로 작업한 것이 맞나

북한 목선은 삼척항 입항 당시 별다른 어로 용구를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신고자는 "배 안에 그물이 한 개뿐이었는데, 거의 새것이었고 사용한 흔적이 없어 의아했다"고 했다. 국정원은 이 부분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한 GPS에 남은 흔적으로 보건대 어로 활동을 했던 것은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군은 "최근 오징어잡이 철이라 북한 어선의 동해안 조업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어민들은 "먼바다에서 쓰는 오징어잡이용 그물이 아니었다"며 "오징어를 잡으면 먹물 때문에 배가 엉망이 되는데 너무 깨끗하다"고 했다.

④출항 날짜 언제였나

북한 목선의 출항 날짜도 오락가락이다. 군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9일 함경북도 경성에서 출항했다"고 했지만 해경의 최초 상황보고서에는 북한 목선 선원들이 5일에 출항했다고 적시돼 있다. 군 관계자는 "최초 진술보다는 합동 조사의 결론이 조금 더 사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국정원 보고를 받은 국회 정보위원들도 목선에 탔던 선원에 대해 말이 엇갈렸다. 일부 정보위원은 "서울에 산다는 탈북 이모를 찾았던 선원이 오히려 북한에 돌아갔다"고 했다. 하지만 또 다른 정보위원은 "탈북 이모를 찾았던 선원은 20대 귀순자로 이번에 남았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6/20190626002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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