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 /이기원 기자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 /이기원 기자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는 24일(현지시각) "북한은 (하노이 회담에서 제안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넘어서되 모든 대량 살상무기의 폐기 단계까지는 가지 않는 중간 단계에서 핵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영변 이외 지역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동결하고 핵과 장거리미사일 시험을 영구 금지한 뒤 이에 걸맞는 보상을 미국이 제공하자는 것이다.

아인혼 전 특보는 이날 미국의소리(VOA)와 전화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북제재 해제를 맞바꾸자는 제안을 거부한 건 잘한 일"이라면서 "영변 핵시설과 가장 중요한 유엔 안보리 제재를 맞교환 하는 건 공평하지 않다"고 했다.

아인혼 전 특보는 이어 "대신 트럼프 행정부가 보다 포괄적인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종전선언, 미·북 연락사무소 개설, 그리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을 제안해 북한을 회유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변 핵시설은 핵 협상의 너무 작은 조각"이라면서 "북한이 영변 폐기 약속을 지킨다 해도 북한의 핵물질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이 영변 바깥에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고농축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북한 전역에서 핵물질의 추가 생산을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게 바로 실질적인 조치이고, 대가를 지불할 가치가 있는 조치"라고 했다.

아인혼 전 특보는 그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영변 이외 시설의 핵동결까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 "김정은이 이런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핵협상은 없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폐기는 넘어 서되 모든 대량살상무기의 완전한 폐기 단계까지는 가지 않는 접근법으로 유연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연성을 보인다면 중국도 협조할 것이다. 북한이 '동결' 혹은 '제한'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중국이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했다.

아인혼 전 특보는 최근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주고 받으며 대화 재개를 모색하는 것에 대해선 "정상 간의 '아름다운 편지'는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 낫지만 미·북 간 소통은 현재보다 훨씬 포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서신 교환의 문제점은 도대체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라며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도 아첨성 발언인지, 아니면 실제로 대화의 문을 열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아인혼 전 특보는 미·북 대화 재개 과정에서 '실무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실무협상을 통해 여러 제안과 옵션을 논의한 뒤 고위급 회담으로 넘어가야 한다"면서 "아래급 관리들 간 준비 회담은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실무협상 미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협상을 보장하기 위한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내가 새로 제안할 게 있고 비건 대표를 파견하니 그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을 내가 보증한다’와 같은 메시지를 김정은에게 보내는 친서에 담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5/20190625010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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