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46분 112에 신고
2명은 배 안에 2명은 부두에서 담배 피우고 있어
배 안에 그물 사용한 흔적이 거의 없는 새 것⋯인민복 입은 2명과 나머지 2명 안 어울려

지난 15일 새벽 북한 목선(木船) 한척이 강원 삼척항에 자기 동력(動力)으로 항해해와 스스로 정박할 때까지 군·경의 어떤 제지도 받지 않았다. 실제 군과 해경은 이날 오전 6시 46분쯤 삼척항 방파제 부둣가에 정박한 북한 목선을 의아하게 여긴 주민 신고를 받고서야 '귀순 입항' 사실을 알았다.
 
지난 15일 소형 목재 선박을 이용해 강원도 삼척항에 도착한 북한 선원들이 배를 정박한 채 대기하고 있다. 붉은 원 안에 있는 것이 그물이다./김경현씨 제공
지난 15일 소형 목재 선박을 이용해 강원도 삼척항에 도착한 북한 선원들이 배를 정박한 채 대기하고 있다. 붉은 원 안에 있는 것이 그물이다./김경현씨 제공

북한 목선을 경찰에 최초로 신고한 김경현(51)씨는 25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인터뷰에서 "처음 목선을 발견했을 때 선원 중 2명은 배 안에 있었고 2명은 부두에 올라와 말 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선원 중 일부는 빳빳하게 다림질해 칼주름 옷을 입고 있었고 낚시 그물망도 사용한 흔적이 없는 거의 새것 같았다"며 "고기잡이를 하러 나왔다 표류했다고 보기엔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고 했다.

김씨의 휴대전화 기록을 보면, 15일 새벽 6시 46분에 112에 처음 신고했다. 이후 7시 17분에 경찰의 전화를 받았다. 해경 상황센터가 사건 당일 청와대, 국정원, 합참 등에 전파한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최초 신고접수 시간은 6시 50분, 삼척파출소 현장 출동시간은 6시 57분이다. 신고시간은 해경 보고서상 최초 접수시간보다 4분 가량 빠른 셈이다.

一 제일 처음 북한 목선을 발견한 게 몇시 쯤인가.
"15일 오전 6시 46분에 112에 신고했으니 그보다는 10여분은 일찍 봤을 것이다. 새벽 산책을 하려고 차를 타고 바닷가에서 내리자마자 먼 발치에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보는 순간 '저 사람들 북한 사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주변에 군인도 경찰도 없어서 '내가 잘못 생각했나보다'하고 지나쳤다. 삼척항 방파제 끝에 빨간 등대가 있는데 거기까지 갔다가 이상한 생각이 가시지 않아 배가 정박해 있는 쪽으로 들어가 봤다. 두 명은 배에 있고, 두 명은 부두에 나와 앉아서 말도 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一 당신이 먼저 말을 걸었나.
"그렇다. 처음 멀리서 말을 걸었을 때 나이가 가장 있어 보이는 사람이 뭐라 답변했는데 잘 알아듣지 못했다. 무슨 말인지 선뜻 이해가 안 돼서 '중국 사람인가' 했다. 목선을 구경하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가까이 다가가서 말을 거니 북한 선원 4명 중에 가장 젊은 사람이 '북한에서 왔다'고 하더니 '전화기를 좀 빌려달라. 서울에 이모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를 한 게 6시 46분이다."

一 북한 주민들이 실제 입항한 시간은 언제쯤일까.
"그건 나도 모른다. 내 기억에 그 시간에 바닷가에 작은 배가 왔다갔다하지 않았다. 차에서 내려서 바닷가를 보면서 걸어갔는데, 작은 배라도 움직였다면 눈에 띄었을텐데 정박하는 게(보이지 않았다). 북한 선박은 그 전에 삼척항에 도착해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一 신고한 후 경찰들은 몇시쯤 출동했나.
"육상 경찰이 먼저 출동했고, 몇 분 있다 해경들이 왔다. 핸드폰 통화 내역을 보니 6시 46분에 신고하고 7시 17분에 전화가 왔다. 경찰이 도착해서 나에게 제일 먼저 전화를 했으니, (경찰 본진은) 그 때 도착했다고 보면 된다. 도착한 경찰들은 북한 선원에게 '어떻게 왔느냐' 등을 물어본 뒤 배 안을 사진으로 찍었다. 그 상황을 지켜보다가 해경 파출소에 가서 진술서를 작성하고 나왔다."

一 112에 신고할 때 선원들 반응은.
"112에 신고 전화를 하는데도, (북한 선원들은) 아무런 동요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내가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112) 통화를 해서, 처음에는 전화 통화 내용을 그들이 잘 못 들었을 수는 있다. 경찰 상황실에서 나에게 대신 물어봐달라고 해서 (선원들에게) '어떻게 여기에 왔느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어업을 나왔다가 기관 고장으로 표류했고, 가장 가까운 곳에 떠밀려 들어왔다고 했다."

一 북한 선원의 외모는 어땠나.
"가장 젊은 사람 1명은 빳빳하게 다림질한 옷을 입고 있었다. 다리미로 칼주름을 잡은 옷을 입고 있었다. 고기잡이할 때 입는 옷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젊은 사람 2명만 옷을 깔끔하게 입었고, 나머지 2명은 군복에 점퍼를 걸쳤다. 젊은 사람 2명과 나머지 2명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대화도 없이 서로 떨어져서 있었다. 또 사진을 보면 나이 든 사람은 고무 장화를 신었는데, 인민복 처럼 보이는 옷을 입은 두 사람은 단화를 신고 있다."

一 배 내부도 봤나.
"그렇다. 배 안에 그물이 있었는데 의아했다. 그물이 한 개였는데, 거의 새 거였다. 사용한 흔적이 거의 없었다. 그물이 하나인 것도 이상했다. 나도 바닷가 출신(김씨의 주소지는 울산이라고 함)인데, 통통배를 타고 조업하는 사람도 저런 그물 대여섯개를 들고 한다. 그리고 고기 잡을 때 그물 코가 크고 작고 용도에 따라 차이가 있다. 내가 보기에 목선에 실린 그물은 먼 바다에 나가서 고기잡을 때 쓰는 종류는 아닌 것 같았다."

一 목선 발견 당시 인근에 다른 사람은 없었나.
"방파제 끄트머리 등대 쪽에 낚시하는 사람들이 두 명 있었다. 낚시하느라 북한 목선이 들어왔는지도 잘 모르는 눈치였다. 내가 112에 신고한 뒤 경찰차가 출동하니 그제서야 낚싯대를 놓고 구경을 하러 왔다. 한참 있다가 동네 어르신이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고, 경찰관들이 '가까이 오시면 안 된다'고 제지했다. 반대편에 좀 떨어진 곳에선 멍게 작업이 한창이었는데, 다들 자기 일 하느라 바쁜 상태였다."

一 이 사건 발생 후 군 당국과 연락은 있었나.
"군 관계자와 직접 만난 적은 없다. 당일 오전에 해군이 아니라 육군 23사단에서 전화가 왔다. 그 당시 상황을 묻는 간단한 질문을 하더라. 1분 정도 통화한 게 다였다. (김씨는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보니 오전 9시 48분에 1분 18초 통화했다'고 했다.) 그 뒤로는 (당국에선)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5/2019062500862.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