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왼쪽에서 둘째) 국방부 장관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 지휘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정 장관은 “북한 어선 관련 상황에 대해서 매우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우리가 100가지 잘한 점이 있더라도 이 한 가지 경계 작전에 실패가 있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했다. /오종찬 기자
정경두(왼쪽에서 둘째) 국방부 장관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 지휘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정 장관은 “북한 어선 관련 상황에 대해서 매우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우리가 100가지 잘한 점이 있더라도 이 한 가지 경계 작전에 실패가 있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했다. /오종찬 기자

국방부는 24일 북한 목선(木船) '입항 귀순' 사건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군의 축소 발표 논란 등 기자들의 질문에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발표하겠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합동참모본부의 국회 보고를 통해 이미 알려진 내용에 대해서도 "조사 결과가 나오면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군 안팎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정경두 국방장관을 질책한 후 국방부가 입을 닫기로 한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사건이 발생한 당일 국방부와 합참 주요 직위자들이 모여서 상황 회의를 하는 등 이 사안을 상당히 중대하게 인식했던 것 같은데 왜 17일과 18일, 19일 군 당국의 태도(브리핑)가 달라졌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현재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관련 부대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해상·해안 경계작전 실태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사안에 대해서 조사 중"이라며 "조사가 완료되면 적절한 시점에 발표드리겠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당일인 지난 15일 정경두 국방장관, 박한기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가 합참 지하벙커에서 대책회의를 한 사실이 이날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더구나 이 때는 해경이 사건 당일 오전7시9분 청와대 국정상황실은 물론 합참 지휘통제실에도 삼척항에 북 목선이 정박한 사실을 보고한 이후였다.

그런데도 군 당국은 이틀 후인 17일 백그라운드(익명) 브리핑에서 "확인이 안 됐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말했다. 군 당국은 17일 브리핑에서 "북한 목선을 삼척항 인근에서 접수했다"며 "군의 경계작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18일 주민 증언 등을 통해 북한 목선이 방파제에 정박했던 사실이 드러나자 군 당국은 "해경으로부터 북한 목선이 방파제에서 접수했다는 상황을 전파받았다"고 했고, 19일에는 "북한 목선이 삼척항 방파제 부두 끝에 접안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최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당시 현장에서 올라온 보고를 수뇌부가 어떻게 판단했느냐가 지금 사태의 핵심 쟁점이다' '엄중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던 상황에서 군이 삼척항 인근이라는 브리핑을 했던 건 정 장관이 정보를 판단하는 입장에 변화가 있었던 것이냐' '정밀 정찰 및 주간근무 투입 준비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냐'는 등의 질문에 대해서도 "합동조사단에서 조사가 끝나면 말씀드리겠다"고만 답했다. '육군의 열상감시장비(TOD)가 주간, 야간 모두 감시가 가능한 3형이 아니라 2형이 맞느냐'는 질문에도 "조사가 완료되면 그때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는 합참이 지난 19일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에게 이미 보고했던 내용인데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즉답을 피한 것이다.

이를 두고 군 안팎에선 "문 대통령의 질책 이후 국방부가 북한 목선 관련해 태도를 바꾸고 브리핑에서 아예 입을 닫기로 한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나 '안이하고 눈높이에 맞지 않는 (국방부) 브리핑을 청와대가 왜 이틀이 넘게 방치했느냐'는 질문에 "국방부가 17일 브리핑을 했고, 18일 대통령이 이 부분에 대해 질책을 했다"고 했다. 군이 "경계 실패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 이틀 뒤 정 장관이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경계 실패를 인정했던 것은 문 대통령이 질책한 다음날이었다.

또 청와대는 지난 20일 해양경찰청이 사건 당일 신고를 접수한 직후 곧바로 그 내용을 청와대와 합참, 해군작전사령부 등에 전파했다는 본사 보도와 관련, 문 대통령과 정 장관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입장을 정리하기도 했다. 당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사실 관계를 은폐하려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 여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고, 그를 위해서는 단순히 국방부 대변인 말만 확인해서는 (실체) 확인이 불가능해 여러 사람이 모여 의논한 것"이라고 했었다. 그 전에 있었던 국방부 대변인 브리핑에 불만이 담긴 발언으로 해석됐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4/20190624014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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