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 인파 동원, 금수산궁 환영식… 시진핑에 '황제 의전'

북한은 20일 중국 최고 지도자로서는 14년 만에 방북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내외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환대했다. 최초로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공식 환영식을 가졌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방북 때의 두 배가 넘는 25만명의 시민을 동원했다. 이날 오전 11시 40분쯤 전용기 편으로 평양 국제비행장에 도착한 시 주석 내외를 맞은 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였다. 약 1만명의 환영 인파도 나와 꽃을 흔들었다. 중국 측 수행단에는 딩쉐샹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비서실장),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등이 포함됐다.
 

북한은 김정은 부부와 함께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당중앙위 부위원장인 리만건(조직)·리수용(국제)·김영철(대남)·최휘(근로단체), 리용호 외무상, 김수길 군 총정치국장, 리영길 군 총참모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리룡남 내각 부총리 등이 공항에 나왔다.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의 모습도 보였다. 그간 김창선 국무위 부장과 '의전'을 담당하던 김여정은 이날 당중앙위 부위원장들과 나란히 섰다. 대신 현송월 삼지현관현악단장 겸 당 부부장이 김창선과 함께 움직였다.

시 주석은 3군 의장대 사열 등 환영식이 끝난 뒤 국빈(國賓) 방문을 상징하는 21발의 예포가 울리는 가운데 승용차에 올랐다. 평양시민 수십만명이 나와 북·중 국기와 꽃을 흔들며 "조·중 친선 만세"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정은은 "25만명의 시민이 시 주석을 환영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평양 '여명거리' 입구에서 무개차(無蓋車)로 옮겨 탄 뒤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으로 향했다.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시신이 안치돼 북한의 최고 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신화통신은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환영받은 것은 시 주석이 외국 지도자로선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곳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엔 북한의 '2인자'인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김재룡 내각총리, 최부일 인민보안상, 정경택 국가보위상, 당중앙위 부위원장인 박광호·김평해·오수용 등이 참석했다. 국무위 멤버 14명 가운데 12명이 시 주석 맞이에 동원된 것이다. 백화원 영빈관에 여장을 푼 시 주석은 오후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갖고 만찬을 함께 했다.

한편 중국 환구시보는 평양 르포 기사에서 "북한 당국이 이번 달 상순(上旬)부터 조·중우의탑에 대한 대대적인 보수 작업에 들어가 주변 보도블록을 모두 새것으로 바꾸고, 탑 본체도 전면적인 미장 및 칠 작업을 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 방북이 6월 초부터 본격 추진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1면에 "우리 인민은 우리나라에 오는 습근평(시진핑) 동지를 기쁜 마음으로 열렬히 환영한다"는 사설을 게재했다. 이 매체는 "습근평 동지가 복잡한 국제관계로 하여 긴요하고 중대한 과제들이 나서는 속에서도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것은 중국 당과 정부가 조·중 친선을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