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北어선 귀순' 파문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오후 1시 30분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만나 북한 목선 삼척항 귀순 사건에 대해 "문제점을 철저히 점검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청와대는 대통령 발언 5시간 만인 이날 오후 6시 30분 브리핑에서 "내용을 바꾸거나 축소한 것은 아니었다"며 군과 관계 기관을 감싸는 태도를 보였다. 앞서 합동참모본부의 북한 목선 관련 첫 브리핑이 있었던 지난 17일 국방부 기자실에 청와대 안보실 소속 행정관이 몰래 들어왔던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국방부는 "왜 그 자리에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국방부가 청와대 지침대로 대응하는지 감시하고 청와대에 실시간 보고하기 위해서 와 있었던 게 아니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 문재인 대통령이 입장하자 인사하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 문재인 대통령이 입장하자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해경이 청와대와 국정원, 합참 등에 목선 사건 접수 19분 만에 상황 보고서를 보낸 사실이 알려진 데 대해 "청와대 역시 (6월 15일) 해경으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았다"며 "그리고 당일 여러 정보를 취합해 해경이 보도자료를 내도록 조치를 취했다. 이는 매뉴얼에 의한 조치"라고 했다. 고 대변인은 "이 매뉴얼은 북한으로부터 선박 및 인원이 내려올 경우 신변 보호를 위해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지만, 언론 노출 등으로 공개가 필요한 경우 사실관계를 간략하게 설명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그 이후인 17일 '경계' 차원에 대한 브리핑을 한 것"이라며 "국방부가 여기서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말을 바꿨다고 보는 것은 틀린 말"이라며 "'항'은 보통 방파제, 부두 등을 포함하는 말로 '인근'이라는 표현은 군에서도 많이 쓰는 용어"라고 했다. 그는 "내용을 바꾸거나 축소하려 한 것은 아니었다"며 "(언론 등에서) 사실을 숨겼다가 17일에 발표했다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정경두 장관이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협의회 참석 장관들에게 사과 발언을 했다고도 전했다.
 
해양경찰청 상황센터의 대외비 보고서.
해양경찰청 상황센터의 대외비 보고서.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실

군 안팎에선 "군 수뇌부가 경계 실패와 허위·은폐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한 마당에 청와대의 '군 감싸기'가 생뚱맞다"는 말이 나왔다. 청와대가 '삼척항 인근'이 방파제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북한 배를 '삼척항 인근에서 접수'(17일 군의 설명)했다고 하면 해상에서 데리고 온 걸로 알지 누가 방파제 접안이라고 생각하겠느냐"고 했다. 더구나 당초 군은 북한 목선이 '해류 속도로 떠내려왔다'고 했다. 하지만 목선 발견 19분 뒤 군에 발송된 첫 해경 보고에는 '엔진을 가동해 움직였다'는 사실이 애초부터 명시돼 있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합동조사팀은 사건의 경위와 군의 경계태세, 목선 발견 시점과 그 이후의 대응 등을 남김없이 조사하기 바란다"며 "조사 결과는 국민께 투명하게 공개하고, 잘못한 사람들에게는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정경두 장관 역시 이날 오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건 처리 과정에서 허위 보고나 은폐 행위가 있었다면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와 같은 청와대 대응에 대해 "청와대로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라는 얘기가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주로 군이 나서서 대응을 해왔고, 청와대 등은 폭풍에서 비켜나 있었다"며 "하지만 해경이 초기부터 군은 물론 청와대와 다른 주요 기관들에도 보고를 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자 컨트롤타워인 청와대로 책임론이 옮아올 것을 우려한 것 같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1/2019062100259.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