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장관 "상황 엄중 인식…국민께 깊은 사과"
"경계실패·허위보고·은폐행위 엄중 문책하겠다"
軍 경계 실패, 거짓 해명에 국민 비판 커지는 것 의식한 듯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북한 어선 삼척항진입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읽기 앞서 마이크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북한 어선 삼척항진입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읽기 앞서 마이크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15일 북한 목선이 군·경의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삼척항까지 들어와 정박한 사건과 관련해 20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애초 합참은 "군의 경계작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발표했지만, 사건 발생 닷새만에 국방장관이 직접 사과한 것이다.

정 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군은 (이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의 경계 작전 실태를 꼼꼼하게 점검해 책임져야 할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문책하겠다"며 "군은 이러한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경계태세를 보완하고 기강을 재확립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건 발생 이후 제기된 여러 의문에 대해서는 한 점 의혹이 없도록 국민들께 소상하게 설명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사건 처리 과정에서 허위보고나 은폐행위가 있었다면 철저히 조사해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강한 군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리면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이날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북한의 소형 목선이 NLL을 넘어 삼척항에 스스로 정박할 때까지 군·경의 다중 감시망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 국민적 비판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군은 그동안 9·19 남북군사합의로 대북 경계태세가 이완될 수 있다는 군사 전문가들과 예비역 장성들의 비판에도 "경계태세에 전혀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런 군으로선 해상판 '노크귀순'이라 불릴 정도로 동해가 무방비로 뚫린 이번 사건이 자칫하면 현 정권의 대북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국방장관이 사과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군 당국이 애초 북한 목선이 "표류해 남하했다"거나 "파고가 높아 레이더에 잡히지 않았다"라고 밝힌 것과 달리, 엔진을 가동해 계획적으로 귀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군은 처음에 "북한 목선이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됐다"고 했지만, 조사 결과 스스로 삼척항까지 운항해 홋줄로 정박해놓고 상륙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군 당국의 경계 실패는 물론 거짓말 논란이 제기됐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0/20190620011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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