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北어민 2명, 가정불화·韓영화 시청 문제돼 귀순 결심"

지난 15일 북한 목선이 군·경의 감시망을 뚫고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삼척항으로 귀순한 것과 관련, 목선에 탑승해있던 4명 중 2명이 귀순 의도를 갖고 남하했으며 이 중 한명은 '가정불화', 또 한명은 '한국영화' 시청이 문제가 돼 귀순을 결심했다고 국정원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북한 목선에 타고 있던 4명 중 2명은 귀순 의사를 밝혔고 2명은 북으로 돌아가겠다고 해 송환됐다.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은 19일 국정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이 가정불화를 포함해서 보고를 했는데, 젊은 사람 한 명은 한국영화 시청 혐의로 문제가 생긴 것 같다. 나머지 두 명은 선장이 (남으로) 가니까 휩쓸려 내려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불화 등) 진술 자체는 이해될 정도는 되는데 그 정도 알리바이를 안 만들고 오겠나 생각해서 그 진술 자체를 믿지 않는 상태인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GPS 분석을 의뢰한 결과, 북한 선원들이 어로 활동을 했던 것은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국정원은 "몸집이나 체격, 어깨 근육의 발달 상태 등을 볼 때 낡은 전투복 상의를 입고 온 고령의 선원은 전투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선장이 동해에서 이틀정도 고기잡이를 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남하한 점을 미루어보아, 선장에게는 처음부터 귀순의 의도가 있던 것으로 국정원은 분석했다.

국정원은 또 '만 이틀이 넘는 시간동안 목선이 영해상을 떠돌아다닌 걸 포착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실수 아니냐'는 지적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 이 위원장은 "명백한 실수라는 것을 국정원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목선이 파고(波高)보다 낮아 레이더가 오인했을 수는 있지만, 어떻게 보면 안보위험을 노출한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삼척항에서 주민이 목선과 선원을 발견하고 당국에 신고한 경위와 관련해서는 "선원 중 한명이 최초로 신고한 김모씨에게 '핸드폰을 빌려달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라며 "김씨가 '어디서 왔냐'고 묻자 '북에서 왔다'고 해 김씨가 곧바로 112에 신고한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 위원장은 목선을 폐기했다는 보도와 관련 "(국정원이) 선박을 아직 폐기하지 않은 상태의 영상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그는 "추후 사후재발방지나 여러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귀순 의사를 밝힌 두명의 목적이나 의도가 본인 진술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