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동해안 삼척항 인근에서 촬영된 북한 어선 사진. 이 어선에는 4명의 어민이 탑승했었다. 130km를 표류해 온 뒤 삼척항 방파제에 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쪽에는 흰색 밧줄로 배를 묶어 정박시켜놓은 모습이 보인다. 우현쪽에는 배의 식별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붉은색 글씨가 쓰여있다. 배 안에는 장비와 옷가지 등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보인다. /독자 제공
지난 15일 동해안 삼척항 인근에서 촬영된 북한 어선 사진. 이 어선에는 4명의 어민이 탑승했었다. 130km를 표류해 온 뒤 삼척항 방파제에 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쪽에는 흰색 밧줄로 배를 묶어 정박시켜놓은 모습이 보인다. 우현쪽에는 배의 식별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붉은색 글씨가 쓰여있다. 배 안에는 장비와 옷가지 등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보인다. /독자 제공

지난 15일 삼척항으로 들어온 북한 어선은 함경북도에서 출항했으며 선박에 탄 4명 모두 민간인으로 19일 확인됐다. 또 이 어선은 삼척항 앞바다에서 기관을 끄고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삼척항까지 운항해 스스로 부두에 정박한 것으로 나타나 해상판 '대기 귀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관 고장으로 표류한 것이 아니라 귀순 목적으로 항해해 삼척항까지 접근하도록 해군과 해경의 감시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 어선은 지난 9일 함경북도에서 출항해 10일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방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 무리에 합류했다. 이어 11∼12일 위장 조업을 했으며 12일 오후 9시쯤 NLL을 넘었다.

이어 13일 오전 6시쯤 울릉도 동방 30노티컬마일 해상에서 정지했으며, 오후 8시쯤엔 기상 악화로 표류했다. 이어 최단거리 육지 방향으로 항해를 시작했고 오후 9시쯤 삼척 동방 2∼3노티컬마일에서 엔진을 끈 상태에서 대기했다. 15일 일출 이후 삼척항으로 출발했으며, 오전 6시20분에는 삼척항 방파제 인근 부두 끝부분에 접안했다.

군 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북한 어선은 야간에 삼척항 인근 먼바다에서 엔진을 끄고 한참을 대기했다. 야간에 해안으로 진입할 경우 만에 하나 있을 지 모를 우리 군의 대응 사격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관계 당국의 한 소식통은 "야간이나 새벽보다는 어선들의 입·출항이 잦은 아침과 낮에 감시망이 소홀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선이 부두에 접안한 이후 오전 6시 50분쯤 산책을 나온 주민이 112에 신고를 했다. 신고자가 차림새가 특이한 북한 선원을 발견하고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고, 북한 주민들은 "북한에서 왔다"고 답변했다. 특히 북한 주민 중 1명은 "서울에 사는 이모와 통화하고 싶다"며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때 북한 주민 2명이 방파제로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 신고는 강원경찰청 112상황실로 접수됐고, 상황 요원이 삼척경찰서 상황실과 관할 지구대로 통보했다. 이와 동시에 동해해경 삼척파출소에 통보됐으며, 출동 요원들이 삼척항 방파제에서 북한 어선에 선원 4명이 탑승한 것을 확인했다. 애초 기관 고장으로 표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엔진은 살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4년 전 북한군 병사가 야간 북측 철책을 통과한 뒤 야음을 이용해 아군 GP 인근 고지 주변에서 날이 밝을 때까지 대기했던 '노크귀순' 사건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이 북한군 병사는 철조망 아랫 부분을 두드리며 우리측 경계병에게 귀순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예비역 장성은 "북한 어선이 정박한 상태에서 우리 주민들과 대화까지 나누고 민간인이 신고한 것은 전무후무한 대단히 심각한 사안"이라며 "9·19남북군사합의 이후 안보 공백에 경종을 울린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19/20190619014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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