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 첫 방북...트럼프와 오사카 무역담판 앞두고 전격 결정
G20 정상회의 전후 방한 가능성 다시 고개… "북핵 정치적 해결 새 진전 추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 21일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오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막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무역전쟁 담판을 앞두고 북한 카드를 내밀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추가 관세폭탄 위협과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 조치 임박 등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는데다 남중국해 분쟁과 대만 독립 문제에 이어 홍콩 100만 시위를 둘러싸고 미국측의 공세가 거세지자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카드를 흔들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상공세에 시 주석도 쥐고 있는 카드를 모두 흔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신화통신이 인용한 이날 발표는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대변인 후자오밍(胡兆明)이 했다. 외교부가 아니라는 점에서 양국 교류의 기반이 당 중심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켰다. 신화통신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자 국무위원장 김정은의 초청으로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방북한다고 설명했다.

쑹타오(宋涛) 대외연락부 부장(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시 주석이 김 위원장과 만남 및 회담을 하고 북중우의(友誼)탑 참배 등의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북중우의탑은 1959년 중공군의 6·25전쟁 참전을 기념하기 위해 평양 목단봉 북쪽에 세운 기념탑이다.

쑹 부장은 "양측이 한반도 형세에 관련해 진일보한 의견을 교환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새로운 진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 주석의 방북이 "양당과 양국 관계에 새로운 페이지를 쓰고, 지역의 평화 안정과 번영에 새로운 공헌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 1월까지 1년도 안돼 4차례 방중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새로운 북중 밀월관계를 과시했다. /신화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 1월까지 1년도 안돼 4차례 방중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새로운 북중 밀월관계를 과시했다. /신화망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은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에 이어 14년만의 국가주석 방문이다. 한·중 수교(1992년) 이후 중국 최고 지도자의 방북은 장쩌민(江澤民, 2001년 9월), 후진타오( 2005년 10월) 주석 이후 처음이다. 2013년 시진핑이 국가주석에 오른 이후로 국가급 지도자 방북으로는 리위안차오(李源潮, 2013년 7월) 국가부주석, 류윈산(劉雲山, 2015년 10월) 상무위원, 왕이(王毅, 2018년 5월) 국무위원 겸 외교부 부장(장관)에 이은 네 번째다.

시 주석이 북한을 찾는 건 지난해 3월 이후 올 1월까지 1년도 안돼 4차례 이뤄진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한 답방 성격이다. 올해는 북중 수교 70주년이기도 하다.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가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북핵 문제 해결의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 주석은 2008년 6월 국가 부주석 취임 후에는 첫 순방국으로 전통에 따라 북한을 방문했으나 국가주석 취임 후에는 2014년 7월 중국 최고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먼저 찾았다. 당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양국 관계가 악화된 상황이었지만 시 주석의 방한이 북·중 관계를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의 남북한 상호 방문 전통에 따라 이번에 북한을 국빈 방문한 뒤 G20 전후로 시 주석이 한국을 찾을 가능성도 다시 제기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12월 방중 때부터 시 주석의 방한을 초청해와 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시 주석이 한국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고 실제 중국 당국이 서울 시내 모호텔에 예약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청와대 관계자도 G20 정상회의를 전후한 시 주석의 방한은 없을 것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이 급작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방한 가능성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시 주석의 방북은 지난 4월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를 처음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이달 5일 러시아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 비핵화와 북한의 안전보장 및 경제발전을 맞교환해야 한다"며 미국의 ‘선(先)비핵화 후(後)대북제재 완화’ 입장에 정면으로 반대한 입장을 재확인한 뒤에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시 주석의 방북은 단순히 북핵 문제 해결의 모멘텀을 얻기 위한 것만은 아닌 고차원 방정식에 기반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홍콩에서 반중시위로 비쳐진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참가자가 주최측 추산으로 지난 9일 103만명에 이어 지난 16일 2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미국이 홍콩시위를 중국에 대한 압박 카드로 쓸 수 있음을 내비치자 중국이 다급해졌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홍콩 시위의 이유를 이해한다고 했고, 캘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만날때 아마도 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16일 홍콩 시위가 G20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간 회동 의제로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발언했다.

미국은 특히 국방부 보고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지칭하며 중국이 절대 양보하지 않는 마지노선인 ‘하나의 중국’원칙을 흔들며 대만도 압박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이날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이 수입의 80%를 의존하고 있는 중국산 희토류 중단 조치를 곧 내놓을 것임을 시사하는 등 무역전쟁의 보복조치 예고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약한 고리인 북핵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나섰다는 관측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17/20190617028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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