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대사관 공격 동참한 자유조선 조직원 美 폭스뉴스에 익명 기고문 내
"우리는 독립운동 지도자들처럼 탈북자들을 돕기 위해 목숨을 건 사람들"
"대사관을 공격하고 자료를 훔칠 목적이었다면 5시간 머물 이유 없어"
"스페인 대사관 외교관 탈북 지원 요청했지만, 마지막 결정의 순간 선 넘지 못해"
"美 수사당국, 에이드리언 홍 잡으려 자유조선 조직원 가족들 협박해"
"우리의 활동은 정치적 행위…범죄인 인도 면제 사유"
 
조선일보DB
조선일보DB

익명을 요구한 한 자유조선 조직원이 지난 2월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 당시 발생한 일을 설명하면서 미국 당국의 수사 중단과 스페인 법원의 기소 취하를 요구하는 기고문을 미 폭스뉴스에 냈다. 이 조직원은 대사관에 걸려있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액자를 깬 게 자신이라고 밝혔다.

폭스뉴스는 14일(현지시각) '우리는 자유로 향하려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엄청난 위험을 무릅썼다. 미국과 스페인은 왜 우리를 처벌하는가'라는 제목의 익명 기고문을 실었다.

기고문을 쓴 조직원은 자신이 탈북자이며, 지난 2월 22일 마드리드에 위치한 북한대사관 내부에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어린시절 고아가된 후 굶주림을 피하기 위해 중국으로 도망갔다가 붙잡혀 송환돼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됐다"면서 "수용소에서 거의 죽을뻔 한 후 노동자로서 쓸모가 없어져 (수용소에서)풀려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국(북한)에서 벌어지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하는 데 책임감을 느끼는 조직을 발견했다"며 "전세계에 기반을 둔 이들은 한국의 독립운동 지도자들처럼 나와 같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라고 말했다. 반북단체인 자유조선이 북한 정권의 독재를 저지하기 위한 '정의 단체'임을 역설한 것이다.

그는 스페인 대사관 습격 사건에 대해서도 "우리는 부저를 누른 뒤, 문이 열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감회가 새로웠다"면서 "우리는 북한 외교관의 귀순을 돕기 위해 대사관에 있었다"고 했다. 이어 "대사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북한으로 다시 이송되는 것과 같았다"면서 "벽에는 북한 지도자들을 찬양하는 선전용 노래와 지도자들의 초상화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초상화가 걸려있는 방으로 갔다. 백성들을 가난과 억압과 기아로 몰아넣은 지도자들의 얼굴이 있었다"면서 "나는 의자를 밟고 둘의 초상화를 치켜들고 땅바닥에 내던졌다. 아무도 나를 말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 때의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수백만명의 동포들을 대신해 이 사악한 불의에 타격을 가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그런 행위를 했다면 나는 공개처형을 당했을 것"이라며 "이 사진이 공개되는 것만으르도 북한의 독재자들이 신이 아니구나 하는 도전을 받게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재차 "우리 팀은 북한 대사관을 공격하거나 습격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내부 사람으로부터 탈출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우리 팀은 내부의 누구도 해치지 말라는 엄격한 지시를 받았고, 실제로 하지 않았다"면서 "다만 왜 그들이 탈북을 결정하지 않았는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아마 결정의 순간에 이르렀을 때 선을 넘지 못한 것 같았다"고 했다.
 
자유조선의 리더로 알려진 에이드리언 홍(왼쪽에서 두번째, 검은옷)과 조직원 크리스토퍼 안(왼쪽에서 세번째)이 구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자유조선에게 자유를 웹사이트 캡처
자유조선의 리더로 알려진 에이드리언 홍(왼쪽에서 두번째, 검은옷)과 조직원 크리스토퍼 안(왼쪽에서 세번째)이 구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자유조선에게 자유를 웹사이트 캡처

기고자는 이어 "스페인 법원이 왜 북한의 증언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체포영장을 발부했는지 모르겠다"면서 "대사관을 공격하려는 집단이 자신의 여권을 사용하고, 한낮에 들어가 5시간동안이나 머물겠느냐"고 했다. "단순히 해를 입히고, 특정 정보를 훔치는 게 목적이었다면 몇 분만에 대사관을 떠났을 것"이란 것이다.

그는 "우리 팀은 북한의 외교관들을 망명시키기 위해 5시간을 대화에 소비했다"며 "무력을 사용하려는 집단이었다면 북한 외교관들을 납치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자유조선 지도부는 조직의 자원과 자산, 노하우 등을 숨기기 위해 마드리드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그럼에도 우리 동료 중 한 명인 크리스토퍼 안은 체포됐으며, 지도자 중 한 명인 에이드리언 홍은 미국의 수사관들에 쫓기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에이드리언 홍의 사진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북한이 우리를 찾고 우리를 제거하는 것을 훨씬 더 쉽게 만든다"면서 "미국의 수사관들은 수사를 진행하면서 우리 조직원들의 가족을 찾아가 협박했다. 일부는 3살밖에 안되는 우리 조직원의 아들을 위탁 가정에 맡길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나는 미국이 지금의 벌어진 일보다 더 나은 나라라고 믿어왔다. 유죄가 입증될 때까진 무죄가 보장되는 땅, 모든 남녀가 법과 헌법에 보호받는 나라"라면서 "그들과 그들의 가족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했다.

기고자는 "범죄인 인도 조약은 정치적 행위에 대해선 면제를 허용한다"면서 "스페인에서 발생한 일은 정치적 행위다. 테러 행위는 없었다. 무고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 지도자들과 이런 참혹한 사건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요청한다. 이들을 가족에게 돌려보내달라"라며 "최악의 독재정권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만약 우리를 돕지 않는다면, 적어도 방해하지는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15/2019061500559.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