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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인기 스포츠는 탁구… 야구는 일제 잔재로 여겨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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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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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평양남자 태영호의 서울 탐구생활]

[아무튼, 주말- 평양남자 태영호의 서울 탐구생활]
일러스트=안병현

지난 12일 U-20 월드컵 4강전에서 한국이 에콰도르를 꺾고 사상 최초로 결승에 진출했다. 북한은 누구를 응원했을까. 북한 외교관들은 해외에서 한국과 외국의 스포츠 경기가 있으면 은근히 한국을 응원한다. 특히 한·일전이 있으면 공개적으로 한국을 응원한다. 피는 물보다 진한 모양이다.

남북한 스포츠 지형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축구, 농구, 배구가 주요 스포츠라는 점은 비슷하다. 큰 차이라면 한국에서 대표 인기 스포츠인 야구가 북한엔 없다는 점이다. 야구 장비가 비싸고 야구장을 건설하는 데 많은 투자가 들어가는 등 비용 문제와도 관계있겠지만 야구를 일제 잔재로 여겨 국가에서 장려하지 않았기에 자연히 없어졌다. 대신 야구와 비슷한 소프트볼을 한다. 국가 대표팀이 있고 평양시 모란봉 구역에 소프트볼 구장도 있지만 인기는 없다. 한국에 온 지 3년 차가 됐지만 아직도 야구에 열광하는 문화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내 눈에는 매우 지루한 경기처럼 보인다.

국제 경기들에 나가는 북한 선수들은 모두 돈이 아니라 북한 체제와 민족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뛴다. 스포츠를 업(業)으로 삼는 직업 선수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금메달을 따면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고 많은 생활상 문제가 해결된다. 메달에 따라 체육 명수, 공훈 체육인, 인민 체육인, 노력 영웅, 공화국 영웅 등의 칭호를 받게 된다. 199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정성옥 선수처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지방에 있는 부모를 평양으로 모셔와 함께 살 수 있는 평양 거주권을 준다. 여기에 아파트, 승용차는 물론 대회에서 상금으로 받은 달러까지 그대로 준다. 평양시에 체육인을 위한 미분양 아파트를 지어 놓고 국제 경기에 출전하기 전 선수들에게 이 아파트를 보여주고 승부욕을 돋우기도 한다.

한국에선 운동선수들의 군 면제 문제가 종종 이슈가 되는데 북한은 원칙적으로 의무병역제가 아니다. 대신 직업 체육인을 종합적으로 양성하고 훈련시키는 '직업 체육단'에 들어간다. 가장 큰 단체가 군대 체육단인 4·25체육단과 경찰체육단인 압록강 체육단이고 시도별로 체육단이 있다.

북한에서 엘리트층이 가장 많이 하는 스포츠는 탁구다. 중앙당부터 각 중앙 부처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관의 복도에 탁구판(탁구대가 아니라 탁구판이라 부른다)이 있고 점심시간이면 다들 탁구를 친다. 북한 고위층에서 골프를 치는지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북한 간부들은 골프를 치지 못한다. 평양에서 100리 정도 떨어진 남포시 용강군 태성호 주변에 태성 골프장이 있지만 외국인과 북송 재일교포가 이용한다. 간부들은 골프를 어떻게 치는지 알지도 못하거니와 '월화수목금토토'로 돌아가는 북한 체제상 휴일에 골프를 치러 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다.

주민들은 골프장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알려진 계기가 흥미롭다. 1990년대 초반 상영된 '민족과 운명'이라는 영화 속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측근들과 골프를 치는 장면을 태성 골프장에서 촬영하면서 일반에 알려졌다. 내 경우 영국에서 근무하면서 지금의 북한 외무상 이용호와 런던의 한국 프로 골퍼 권모씨에게 골프를 배운 적이 있었다. 이 사실이 한국 언론에 나가는 바람에 처벌을 받을 뻔했다.

북한이 국제 스포츠계에서 가장 이름을 날린 것은 1966년 런던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꺾으면서 아시아 최초로 8강에 진출했을 때다. 당시 경기가 있었던 영국의 미들즈브러에 가면 북한 선수 박두익이 골을 넣은 자리에 자그마한 축구화 형태의 기념비가 있다. 영국 사람들은 북한 사람을 만나면 당시 북한이 이탈리아를 꺾어줘 우승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반대로 이탈리아 사람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에도 져 어떤 나라와 붙어도 축구는 자신 있는데 남북한은 예외라고 한다. 남북한 말고 동서 한국이 있어도 질 거라고 농담한다. 통일되면 축구만큼은 최강이 되지 않을까. 이번 일요일 새벽, 나도 외쳐보겠다. 대~한민국! 태극전사들의 우승을 기원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14/20190614015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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