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고위직 10일 "이달엔 어렵다"
文대통령 3시간 뒤 "조만간 재개"
 

정부가 교착에 빠진 남북 관계를 '원 포인트 정상회담'을 통해 돌파하겠다는 구상을 꾸준히 밝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달 말 방한 이전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미·북 대화로 이어지는 모멘텀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북한은 이 같은 우리 정부의 구상에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정상회담 일변도'로 흘러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6월 남북 정상회담' 놓고 달라진 청 설명

청와대는 이달 중 남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 일관된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각) 핀란드 현지 기자회견에서 "남북 및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남북 및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현실적으로 시기나 기간의 문제를 봤을 때 이달 말에 열릴 것으로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한 지 약 3시간30분 만에 정반대 전망을 밝힌 것이다.

지난 7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회담 전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제 생각에는 '조심스럽게 낙관적(cautiously optimistic)'으로 생각한다.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자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약 4시간 만에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조심스럽게 긍정적'이라는 말은 전반적 상황에 대한 총론적 답변"이라고 했다. 남주홍 전 국정원 1차장은 "청와대가 '정상회담 추진'을 최우선 국정 순위에 두고 있다는 뜻"이라며 "청와대 내에서조차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두고 엇갈린 시각이 나오는 건 북한과 물밑 대화가 오가고는 있지만 진전은 없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했다.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 관계 발전을 통해 비핵화와 미·북 관계 진전을 추동하겠다는 문재인 정부 대외 정책의 출발점이다. 정상끼리 담판을 짓는 '톱 다운 방식'에 대한 기대도 섞여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11일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맞춰 최소한 일주일 전이라도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원 포인트'로 한 뒤 한·미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며 북한의 결단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 판문점에서 '깜짝 정상회담'을 열며 6·12 싱가포르 회담을 이끌어 낸 경험을 선례로 들고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서로 통신하거나 만나 격의 없이 소통하기로 했다"고 했다.

반면 북한은 "(관계 개선 의지를) 실천적 행동으로 보이라"며 대남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남측 당국이 오늘의 난국을 타개할 것을 말로서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보여주는 용단을 내린다면 북측의 회답이 있을 것"이라며 "그래야 북남, 조·미(미·북) 관계 진전의 선순환도 복원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매체는 '하노이 노딜' 이후 청와대가 비핵화 절충안으로 제시한 '굿 이너프 딜'에 대해서도 "(미국의) 선(先) 핵 포기 요구를 그대로 담았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의 공조 이탈'을 조건으로 내거는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목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 체제 특성상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건 불가피하다"면서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하는 '압박책'을 병행해야 하는데 그 점이 아쉽다"고 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외교정책'이라는 큰 틀 안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이란 틀에 다른 외교정책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12/20190612001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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