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WP) 기자가 출간한 책 ‘마지막 계승자(The Great Successor)’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정보원이었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미 월스트리트저널(WJS)에서도 같은 주장의 보도가 나왔다.

10일(현지 시각) WSJ은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지도자의 살해된 이복형제는 CIA 정보원이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WSJ에 "김정남은 정보원으로서 여러 차례 CIA 요원들과 만났다"며 "김정남과 CIA 사이에 관계(a nexus)가 있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2017년 2월 김정남이 CIA와 접촉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갔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CIA와 접촉만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2001년 5월4일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사진 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된 모습. /A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2001년 5월4일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사진 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된 모습. /AP 연합뉴스

김정남은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 청사에서 인도네시아·베트남 국적의 두 여성이 얼굴에 묻힌 독성 신경작용제 VX에 의해 살해됐다. 살해에 가담한 두 여성은 리얼리티 TV 쇼를 위한 몰래 카메라인 줄 알았다며 무죄를 주장했고, 재판을 거친 끝에 최근 모두 풀려났다.

소식통은 "김정남 피살 직후 미 정보기관은 그와 CIA의 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데 안도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다만 김정남의 사망 3개월 이후인 2017년 5월 일본 아사히신문은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미 정보기관 관계자로 추정되는 한국계 미국인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도 김정남 살해용의자 여성 2명의 재판 과정에서 김정남이 랑카위 섬의 리조트에 며칠 간 묵는 동안 한국계 미국인을 만났다고 증언했다. 김정남이 만난 한국계 미국인이 CIA 요원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WSJ은 아직까지 김정남과 CIA의 관계에 대한 구체적 사항들이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다고 전했다.

일부 전직 미 관리들은 오랜 기간 북한을 떠나 외국에 체류했던 김정남이 북한의 비밀스러운 내정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김정남이 CIA 뿐만 아니라 그가 거주했던 다른 국가들, 특히 중국 보안기관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과 일부 국가들이 김정남을 김정은의 후계자로 봤다는 추측이 나왔지만, 미 정보기관들은 김정남이 그런 역할을 수행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WSJ는 전했다.
 

김정남이 CIA 정보원이었단 주장은 WP 중국 베이징 지국장 애나 파이필드 기자의 김정은 평전 ‘마지막 계승자(The Great Successor)’에서도 제기됐다. 그는 책에서 "김정남이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미 CIA 요원들에게 돈을 받고 정보를 건네줬다"고 했다.

파이필드 기자는 ‘김정은의 형’이라는 지위가 잠재적으로 위협이 됐고, 미 정보요원과의 만남으로 김정남의 존재 자체가 위협적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전에는 김정남이 살해된 이유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파이필드 기자는 김정은이 김정남의 행동을 조국에 대한 배반행위로 간주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WSJ은 이 책을 아직 접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번 보도가 자체 소식통에 의한 별도의 것임을 밝힌 것이다.

WSJ은 또 CIA 등 미 정보당국이 북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해 왔다고 전했다. 전직 미 국무부 관리였던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CIA는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과 미사일 수출 등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한 탈북자들 중에서 유용한 정보원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11/20190611010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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