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진보연합 등 70여명, 명동서 업적 소개 영상 발표
김정은 발언 담은 노래 만들어 공연… 인터넷 생중계까지
 

"(북한 김정은의 정치는) 사랑과 믿음의 정치."

"(김정은이) 북한 모든 주민에게 크나큰 지지를 받는다."

서울 시내에서 한 운동권 대학생 단체가 개최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연구·발표 대회'에서 이런 주장이 쏟아졌다. 김정은 발언을 가사(歌詞)에 담은 노래, 김정은 업적 소개 영상도 발표됐다. 이 발표 대회는 인터넷으로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이라는 이름의 대학생 단체는 지난 8일 서울 중구 명동 향린교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구모임 발표대회'를 열었다. 작년 11월 '꽃물결대학생실천단'이라는 산하 단체를 만들어 김정은 서울 방문 환영 분위기를 조성했던 단체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명동 향린교회에서 열린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구 발표대회'에 소개된 영상의 첫 화면.
지난 8일 서울 중구 명동 향린교회에서 열린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구 발표대회'에 소개된 영상의 첫 화면. 환하게 웃는 김 위원장 사진과 함께 '겸손함'을 강조하고 있다. 오른쪽은 같은 날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이 발표한 다른 영상의 장면.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유튜브

이들은 이번 행사의 취지에 대해 "북한을 잘 알아야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 북한을 알기 위해선 김 위원장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적었다. 연구 주제는 '김 위원장의 대담한 정치' '김 위원장의 민족애' 등. 참가자들은 발표 당일 '모두의 예상을 깨는 파격적인 발걸음' '민족을 하나로 모으는 동포애' 등의 제목을 단 연구물을 공개했다.

김정은의 정치 행보에 대해 발표한 팀은 "(김정은이) 정권 8년 차 만에 북한의 모든 주민에게 크나큰 지지를 받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핵미사일 개발과 미사일 도발도 추켜세웠다. 김정은이 작년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 전역이 핵 사정권" "내 책상에도 핵 단추 있다"고 한 데 대해 발표자는 "세계 최강 국가 미국을 상대로 한 담대하고 차원이 다른 외교 실력"이라고 했다. 2013년 김정은의 북한 강원도 중부 전선 시찰에 대해서는 "남쪽과의 거리가 350m에 불과한 최전선에 군 통수권자가 방문한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의 세심함'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는 "(김정은이) 사랑과 믿음의 정치를 펼쳤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여론 조사 결과도 적극 활용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보인 김 위원장의 겸손한 모습에 우리 국민의 김 위원장을 향한 신뢰도는 77.5%를 넘어섰다" 등이었다.

발표 중간마다 김정은의 언행을 토대로 만든 노래 공연이 나왔다. 예컨대 작년 4월 제1차 남북 정상회담 도중 김정은이 "평양 냉면을 멀리 판문점까지 가져왔다"고 했다가 "멀다고 말하면 안 되갔구나"라고 한 것에 착안, '멀다고 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제목의 노래를 만들어 발표하는 식이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심사위원장 윤한탁 전(前) 민권연대 공동의장은 "시대의 올바른 요구를 담고 있고, 김 위원장의 풍모(風貌)를 잘 얘기하고 있다"고 총평했다고 8일 친북 성향 인터넷 매체 '자주시보'가 보도했다. 민변 통일위원회에서 활동한 장경욱 변호사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행사에는 연구 모임 회원들과 심사위원 등 총 7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생중계됐지만, 이후 주최 측은 발표 내용을 담은 일부 영상만 남기고, 전체 중계 영상은 삭제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 정권이 내부 주민들에게 선전하는 콘텐츠가 그대로 남한에 내려온 것 같다"며 "실정법 위반이 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김 위원장의 북한 주민들에 대한 억압 통치와 독재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다"며 "북한에서 선전하는 내용과 유사하고, 그를 평범하고 선량한 지도자로 묘사해 일부 국민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대진연은 작년 3월 한국대학생연합, 대학생노래패연합 등 대학 운동권 단체들이 연합해 만들어진 단체다. 지난 1월에는 이 단체 회원 5명이 서울 종로구 미국 대사관에 진입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행사가 열린 향린교회는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준비위가 1991년 결성되고 위원장을 선출한 장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10/2019061000170.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