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간부들 군기잡기… 경제난 따른 민심이탈 내부단속
'고난의 행군' 극복 상징 자강도 지역 무기공장 집중 시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9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 참관 이후 23일 만에 자강도에 위치한 북한의 대표적인 군수공장들을 집중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자강도는 '고난의 행군' 극복의 상징적 지역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자강도의 청소년 교육문화 시설을 방문해 "기분이 좋지 않다. 대단히 실망하게 된다"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악화되는 경제난과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현장 군기 잡기와 숙청 작업 등을 통해 본격적인 내부 단속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짜증 폭발한 김정은, 공포정치 나서나

김정은은 이날 2016년 리모델링을 마친 자강도 강계의 '배움의 천리길 학생소년궁전'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설계를 망탕, 주인답게 하지 않았다"며 "형식주의, 날림식이 농후하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불과 3년 전에 건설한 건물이 10년도 더 쓴 건물처럼 한심하기 그지없다"면서 "샤워장에 물이 나오지 않고, 수도꼭지도 떨어져 나가고, 조명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데도 그대로 놔두고 관심 전혀 갖지 않는 간부들의 일본새(일하는 자세와 태도)가 정말 틀려먹었다"고 했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강도 강계시에 있는 청소년 교육 시설 ‘배움의 천리길 학생소년궁전’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1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시설 운영에 불만을 쏟아내며 당 간부와 현장 관계자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강도 강계시에 있는 청소년 교육 시설 ‘배움의 천리길 학생소년궁전’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1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시설 운영에 불만을 쏟아내며 당 간부와 현장 관계자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조선중앙TV

김정은은 이례적으로 "기분이 좋지 않다. 대단히 실망하게 된다"며 간부들을 질책했다. 그러면서 "지금 제일 걸린 문제는 바로 일꾼(간부)들의 사상관점에 있다"며 "노동당 근로단체부가 과외 교육 교양 부문에 대한 정책적 지도를 잘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노동신문이 연일 '반당·반혁명분자와 배신자에 대한 준엄한 심판'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직접 당과 현장 간부들을 질타한 것이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경제난의 책임을 아래 일꾼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당 지도층에 대한 숙청 작업에 이어 현장 간부들에 대한 단속·기강 다잡기에도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북한 매체들은 2일 김정은이 평안남도에 위치한 평남기계공장 시찰 소식을 전하며 "공장이 이전보다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일꾼들의 보고를 받으시고 생산문화, 생활문화가 개선되고 원림녹화가 잘된 데 대하여 만족해하시었다"고 보도했다.

◇군수공장 돌며 신무기 생산 독려

이에 앞서 김정은은 자강도의 대표적 군수공장들인 강계트랙터공장, 강계정밀기계종합공장, 장자강공작기계공장, 2·8기계종합공장을 잇따라 방문했다. 기계공장이라는 위장 명칭을 쓰고 있지만 모두 무기를 만드는 군수공장이다. 강계트랙터공장은 방사포탄·미사일 탄두·기뢰·어뢰 등 각종 포탄·폭탄을 만드는 곳으로 2016년 9월 우리 정부의 대북 독자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대북 소식통은 "이 공장은 종업원만 1만2000여명으로 탄두 계열 생산 라인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핵탄두 생산도 가능하다"고 했다.

강계정밀기계공장은 각종 탄약류, 장자강공작기계공장은 미사일 부품과 지대공 미사일을 생산·공급한다. 1945년 설립된 북한 군수공업의 모체인 2·8공작기계종합공장은 권총·소총·기관총·고사총·로켓포·박격포 등을 생산한다. 이스칸데르형 탄도미사일 발사 23일 만에 새로운 도발을 위한 신형 무기 개발을 독려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정은은 강계뜨락또르종합공장에서 "인민 경제와 국방력 강화에 절실히 이바지하는 성능 높은 기계설비들을 마음먹은 대로 생산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당에서 준 새로운 전투적 과업을 완벽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군수공장 시찰을 통해 미국이 양보하지 않으면 향후 더 강도 높은 추가 군사 도발을 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고위급 탈북민 A씨는 "김정은이 이번에 핵탄두 생산 등 핵무기 프로그램 일부를 점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거리가 늘고 정밀도가 향상돼 요격이 어려운 새 중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준비를 지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김정은은 이번에 군수공장에서 나오는 폐기품 재생 및 내부 예비 동원, 최대한 증산·절약 등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자강도는 북한 '고난의 행군' 극복의 상징인 '강계정신'의 발원지로 대북 제재로 경제난에 직면하면서 자력갱생으로 이를 극복할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03/20190603002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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