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의원·당협위원장 회의서 "외교 엉망진창인데 책임 안물어"
민주당 "정 의장 제명하라" 한국당 내부서도 "취지 떠나 부적절"
 

자유한국당은 31일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연수원에서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초강경 대여(對與) 공세를 결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지도부를 비롯한 참석자 대부분은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며 강경론을 지지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 김정은이 차라리 문재인 대통령보다 낫다"는 발언이 나와 논란도 빚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을 저열한 방식으로 공격했다"며 즉각 반발했다.

◇黃 "총선 승리 목숨 걸어야" 羅 "백기 투항은 못 해"

이날 한국당 회의에는 국회의원·당협위원장 등 231명이 참석했다. 한국당은 헝가리 유람선 사고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회의를 시작했다. 결속을 다지기 위한 체육 행사도 예정돼 있었지만 취소했다. 황교안 대표는 "우리의 투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국민의 목소리를 더 간절하게 듣는 걸음들도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이후 비공개 특강에서 그는 "문재인 정권이 더 이상 나라를 망치지 못하도록 막아내야 한다" "국민의 삶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총선 승리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치열하게 싸우지 않으면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없다"는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황 대표는 회의에 앞서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이 '국정을 담당하고자 하는 정당이라면 기본과 상식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했는데, 불교 설화(說話)가 생각난다"며 "지혜로운 사람이 달을 보라며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니, 어리석은 사람은 손가락만 볼 뿐 정작 달은 쳐다보지 않는다"고 썼다.
 

자유한국당 황교안(앞줄 왼쪽부터)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31일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연수원에서 열린 연석회의에서 헝가리 유람선 사고 희생자에 대해 묵념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앞줄 왼쪽부터)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31일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연수원에서 열린 연석회의에서 헝가리 유람선 사고 희생자에 대해 묵념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나경원 원내대표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강행을 철회하지 않으면 국회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공개 발언에서 "우리가 그냥 국회로 들어간다는 것은 백기 투항하라는 것인데,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은 패스트트랙 강행으로 국회를 파탄 내놓고는 아직도 '잘못한 것 없다'고 뗑깡을 쓰고 있다"며 "민주당은 집권했으나 책임은 지지 않는 철부지 '집권 야당'"이라고 했다. 기자들과 만나서는 "어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말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착한 동생이 왜 이렇게 나쁜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가 전날 자신을 겨냥해 "뜻대로 안 되니 억지를 부리는 것이 너무나 유아틱하다"고 말한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김정은, 문재인보다 낫다" 발언 논란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이날 "북한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낫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연석회의에서 "김영철·김혁철이 숙청됐다는 조선일보 보도를 보면서 북한 김정은의 야만성에 몸서리쳐졌다"면서도 "(한편으로 생각하면) 야만성·불법성·비인간성을 뺀다면 김정은이 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북한 핵·미사일, 대미 관계, 대일 관계가 엉망진창이 됐는데 (문 대통령은) 책임져야 할 사람에게 책임을 아무도 묻지 않았다. 오죽하면 제가 책임을 묻는 면에선 김정은이 문 대통령보다 낫다고 얘기를 했겠냐"고 했다. 정 의장의 발언에 회의장은 순간적으로 술렁였지만, 동시에 "옳소"라며 손뼉을 치는 참석자들도 있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국당 관계자는 "김정은의 총살과 숙청을 비유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발언 취지를 떠나서 부적절했다"고 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은 일제히 반발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한국당은 '역대급 망언'을 쏟아낸 정 의장을 제명하라"고 했다. 논란이 확대되자 황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 발언에 부적절한 측면이 많았다.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01/20190601002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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