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文대통령, 진짜 독재자 후예 김정은에게 그 말 해보라"
민주당 "황 대표 콕 집어 말한 적 없는데 도둑이 제 발 저린 격"
 

최근 5·18 행사에서 나왔던 문재인 대통령의 '독재자의 후예' 발언을 놓고 정치권 대치가 격렬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1일 문 대통령을 향해 "진짜 독재자의 후예인 김정은에게 말 한마디도 못 하니까 대변인 이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말이 곧 그 사람의 품격"이라고, 더불어민주당이 "도둑이 제 발 저리다"며 황 대표를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을 앞둔 여야(與野)가 상대방에게 '독재 올가미'를 씌워 지지층 결집을 시도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1일 인천 중구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 동상에 헌화하고 있다.
황교안, 맥아더 동상에 헌화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1일 인천 중구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 동상에 헌화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진짜 독재자의 후예인 김정은에게 말 한마디도 못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광주(光州) 민주화운동 39주기 기념식에서 한국당을 겨냥해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가 없다"고 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이날 황교안 대표는 인천 자유공원을 찾아 맥아더 장군 동상에 헌화한 뒤 "진짜 독재자의 후예는 김정은 아니냐. 세습 독재자 아니냐"며 "문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김정은에게 '독재자의 진짜 후예'라고 말씀해달라"고 했다. 황 대표는 "제가 왜 독재자의 후예냐. 황당해서 제가 대꾸도 안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즉각 반발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는 말로 논평을 갈음하겠다"고 했다. 고 대변인은 "연일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국민을 편 가르는 발언이 난무하고 있다"며 "하나의 막말이 또 다른 막말을 낳는 상황"이라고 했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아무도 한국당과 황 대표를 콕 집어 '독재자의 후예'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라고 했다. 당초 황 대표가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대변인 짓을 하고 있지 않으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민주당은 "'대변인 짓'이라는 발언이 공당의 대표가 할 짓인가"라고도 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짓'이란 표현은 쓴 적이 없다"고 했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독재자의 후예' 타령은 문 대통령을 향한 '독재자'라는 비난이 그만큼 뼈저리다는 자기 고백"이라며 재반박했다. 전 대변인은 지난해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이후 영국 BBC 기자가 문 대통령 인터뷰에서 "세계적 인권탄압 국가의 지도자와 손잡고 포옹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았느냐"고 질문했던 것을 언급하며 "진짜 독재자의 후예와 세계에서 가장 거리낌 없이 잘 지내는 대통령이 아니신가"라고도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독재의 4단계'를 언급한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를 인용하며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1~3단계를 이미 거치고 4단계에서 선거제를 바꾸려는, 신(新)독재를 향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사태 당시 한국당의 '문재인 독재자' 주장에 대해 문 대통령이 5·18을 계기로 '독재자의 후예' 표현으로 반격했고, 한국당이 다시 북한 이슈로 맞서는 상황"이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서로 '약한 고리'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공격하며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하는 형국"이라고 했다.

한편 나경원 원내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핵 시설이 5곳이라고 밝힌 데 대해 "문 대통령은 핵 시설 5곳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 대답하라"고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확인해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22/20190522002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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