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화 끌어내려 '대북 지원'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카드 제시
기업인 방북 "재가동과 무관"하다지만…北·美 생각은 다를 수밖에
韓美 불협화음 재발 우려도…美측 '기업인 방북'에 명확한 동의 밝히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1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비핵화와 미·북 대화 재개 문제, 방위비 분담금 등 한·미 간 현안을 논의했다. / 연합뉴스

정부가 17일 국제기구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800만달러 공여를 추진하고,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한 것은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을 풀어보겠다는 시도란 분석이 나온다. 다음달 말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전에 어떻게든 미북 대화 재개의 돌파구를 마련해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아동기금(UNICEF)의 북한 아동 및 임산부의 영양·의료 지원 사업에 800만달러(한화 96억여원) 공여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대북 식량 지원은 국민 의견을 더 수렴한 뒤, 구체적인 방안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을 승인하고, 기업인들의 방북이 조기에 성사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도 초보적 단계지만 대북 교류 메시지를 북에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날 결정에 대해 '인도적 지원'과 '개성공단 재개 가능성'이라는 두 개의 당근으로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꺼져가던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정부의 이날 결정에선 6월 한·미 정상회담 전까지 남북 관계에 드라이브를 걸어보겠다는 의도가 보인다"면서 "일단은 남북 관계부터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남북 간 물밑에서 경제협력을 논의하고, 이를 한·미 회담에서 제재 예외로 받겠다는 정부의 생각이 읽힌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미 간 불협화음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미국은 아직 공식적으론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진 않았다'라고 하지만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로 인해 상당히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면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에 대해서도 미국이 명확하게 동의를 표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통일부는 이날 기업인들의 방북 승인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미국도 우리 측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만 했다. 일각에선 한국정부가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하면서 대북 정책과 관련해 '마이웨이'를 선언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이 우리 기업인들의 방북을 수용할지도 변수다. 북한이 그동안 개성공단 재가동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기업인들의 방북은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3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인력을 철수할 때도 우리 인원의 방북을 막지 않았다.

신 센터장은 "기업인들의 방북에 대해 정부는 '재가동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북한과 국제사회에는 '재가동을 염두에 둔 방북'으로 볼 것"이라며 "북한으로서는 자신들을 포위하는 대북 제재망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차원에서 기업인들의 방북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다만 "만약 북한이 기업인들의 방북조차 거부한다면 파장이 클 것"이라면서 "북한에 계속 매달리는 듯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17/20190517029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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