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과 관련, 미국 사법 당국이 ‘미국은 이 사건의 배후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고 있다고 미 LA타임스가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사건 직후 습격 주동자로 알려진 반북(反北)단체 ‘자유조선’ 리더 에이드리언 홍(한국명 홍으뜸)은 미국으로 가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에게 북한대사관에서 탈취한 자료를 넘겼다. 자유조선과 미 정보기관의 연관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이후 미 사법당국은 홍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추적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이날 LA타임스는 ‘기이한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탈취 사건으로 LA 거주자가 도주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건과 홍씨 배경을 자세히 전했다.
 
2019년 2월 스페인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 주동자로 알려진 반북(反北)단체 ‘자유조선’ 리더 에이드리언 홍(한국명 홍으뜸). /미 법무부

신문은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은 ‘소프트 타깃(테러리스트나 군대의 공격에 취약한 민간인에 대한 테러 행위)’이라고 봤다. 사건에는 가짜 권총과 가짜 명함, 약간의 속임수만 사용됐다며 스페인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이나 미 검찰 기소장에 나온 범죄사실은 사건 심각성에 비해 어설프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홍씨 변호인도 대사관 습격이 공격이라기보다는 사람들 이목을 끌기 위한 일종의 스턴트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홍씨의 변호인 리 월로스키는 로이터에 "미 당국이 북한의 거짓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머지않아 우리는 북한 정부가 꾸며낸 이야기와 상반되는 추가 증거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 정부가 신빙성 없는 북한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미국인(홍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건 매우 실망스럽다. 전례 없는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 사법당국은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미 수사당국은 스페인 수사 당국 협조 요청에 따라 미 영주권을 지닌 홍씨가 은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 캘리포니아 일대를 집중 조사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해 홍씨를 추적하고 있다. 또 자유조선 소속 다른 용의자인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을 체포해 보석이 허용되지 않는 구금 상태로 붙잡아 뒀다.

이를 두고 신문은 미 사법당국이 이 사건을 단순한 스턴트로 보고 있지 않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성윤 미 터프츠대 교수는 "미 국무부는 ‘미국 정부가 마드리드 사건(북한대사관 습격) 배후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고자 한 것이다"라고 신문에 말했다.

LA타임스는 이 사건의 가장 이상한 대목으로 홍씨가 사건 직후 미국에 갔을 때인 2월 27일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에게 북한대사관에서 탈취한 하드디스크·USB 자료를 넘겨준 부분이라고 했다. FBI는 홍씨가 넘긴 자료에서 북한이 돈세탁으로 핵무기 부품을 구매한 내역 등이 있는지를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월로스키는 "(홍씨가) 귀국한 지 며칠도 안 돼 (FBI가 홍씨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은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듯, 그(홍씨)는 분명히 미 정부에 의해 옳은 일을 하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신문은 홍씨 배경도 상세히 기술했다. LA에 거주지가 있는 홍씨는 멕시코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는 한국 출신 선교사이자 유명한 태권도 챔피언 출신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캘리포니아 접경 지역인 멕시코 티후아나에 무술 학교를 세워 운영했다고 한다. 이 영향으로 홍씨도 무술에 심취했으며 기독교 선교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는 매우 똑똑한 학생이었다고 한다. 그는 멕시코 출라 비스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 예일대에 진학했다. 예일대 연구원 출신인 홍씨는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강연했다. 홍씨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가 억압받는 북한 주민을 위한 평생의 작업으로 북한대사관 공격을 준비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17/20190517007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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