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 기로에 선 세계: 구체적 해법을 찾아서]
 

[폴 라이언 前 美하원의장]

폴 라이언 전 미국 연방 하원의장은 14일 "최대 압박 정책이 북한 비핵화를 도출하는 최선의 길"이라며 "대북 제재는 흔들림 없이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라이언 전 의장은 작년 4월 "아이들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으나, 여전히 공화당의 강력한 차세대 대선 주자로 꼽힌다.
 
14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기조연설을 한 폴 라이언 전 미국 연방 하원의장이 이정훈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14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기조연설을 한 폴 라이언 전 미국 연방 하원의장이 이정훈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라이언 전 의장은 이날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기조연설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가 이뤄져야 하고, 대북 제재는 이를 위한 매우 강력한 도구이자 성공 가능성이 가장 큰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적 질서에 반하는 나라는 없어야 한다. 국제사회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김정은이 아버지(김정일)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핵무기를 발전시키는 걸 봤기 때문에 대북 전략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부분에서 '긍정적인 파괴'를 가져왔다"고 했다.

라이언 전 의장은 하원의장 시절 대북 제재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고 했다. 그는 "(최대 압박 정책으로)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왔다"며 "기업이나 다른 기관의 돈이 북한 무기 프로그램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고, 북한의 사이버 전쟁과 인권 유린을 공격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노력으로 북한을 성공적으로 고립시켰고, 북한은 제재 완화를 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은 계속 옹호해야 하는 분야"라며, 방한 일정 중 탈북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했다.

라이언 전 의장은 미·중 무역 협상과 관련해 "중국이 국제적인 규범을 따라야 한다. 세계 무역 체제에 솔직한 멤버로 참여하는 것이 중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다른 국가와 적대적으로 경합하며 부상한다면 번영도 더뎌지고 교역 속도도 느려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동맹국들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데 함께 나아가야 한다. 지금 순간 외면하면 나중에 큰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을 적임자이고, 국내 정치적으로 이 싸움을 할 만한 여건이 조성돼 있다"고 했다.

라이언 전 의장은 20년 경력의 베테랑 정치인으로,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평가받는다. ALC 연설에서는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신봉자' '수호자'를 자처했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지난 대선 기간에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선출 이후 서로의 의견이 달랐던 데 대해 화해했다"며 "그가 과거 나를 (답답하고 지루하다는 의미로) '보이스카우트' 같다고 했지만 다시는 그렇게 부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 후 삶에 대해 "워싱턴을 떠나니 흰머리가 줄었다"며 "아이들과 아내 중심으로 삶이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차기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그 질문에는 직접 답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만약 대통령이 되면 현직 대통령으로 ALC에 다시 와달라'는 주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그렇게 하겠다"며 웃었다.


[니키 헤일리 前 유엔주재 美대사]

"지금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야 할 때인지 잘 모르겠다. 김정은이 식량을 받으면 그만큼 아낀 돈을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사용할 것 같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강인선 조선일보 워싱턴지국장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강인선 조선일보 워싱턴지국장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14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강인선 조선일보 워싱턴지국장과 대담하며 "문재인 정부는 2년 전 한반도의 상황을 기억하길 바란다. 북한에 나이스하게 대한다고 해서 북한 정권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년 전 한반도가 긴장에 빠져 있을 때 미국은 한·일과 매우 긴밀하게 협력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그 이후 한국의 행정부가 교체됐고, 북한에 대한 태도가 유화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한·미가 지금 갈등을 빚고 있다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의도가 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북한은 과거에도 '제재를 풀어주면 비핵화하겠다'고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2017~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유엔 대사를 지내며 총 네 차례에 걸쳐 대북 제재 결의안 통과를 주도했다. 이때 채택된 대북 결의들은 이전 것들과 달리 북한 정권의 자금줄을 본격적으로 차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정은이 하노이 미·북 회담 때 미측에 줄기차게 요구한 것도 이 제재를 풀어 달라는 것이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대담에서도 대북 제재의 유용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국제사회가 단합해 북한을 고립시키면서 김정은이 대화 테이블로 나오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북한의 최근 미사일 도발에 대해 헤일리 전 대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이 더 많은 도발을 일삼으면 국제사회에서 더 높은 수위의 제재를 가하게 된다. 그럼 김정은 정권과 북한 주민들이 더 많은 피해를 입게 된다"며 "김정은은 그의 도발에 국제사회가 겁먹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기조연설에서는 중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중국이 성장하며 (서구 사회처럼) 자국 내 정치적 자유를 허용하고,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플레이어가 될 거라는 '수렴이론'은 틀렸다"며 "중국은 철저하게 이데올로기적이며 억압적인 정부가 돼 가고 있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감시 국가를 구현하고 있다"고도 했다.

올해 47세인 헤일리 전 대사는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내년 대선에는 출마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정치 계획에 대해선 "나는 젊기 때문에 계속해서 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만 했다. 이날 행사장에선 각국 젊은 여성들이 줄을 서서 헤일리 전 대사에게 사인과 기념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롤모델'로 꼽은 헤일리 전 대사는 "기업, 유엔 등 제가 일했던 곳에선 항상 여자 화장실 줄이 훨씬 짧았다"며 "(여성으로서) 도전 과제들은 많았지만, '내가 여성이라 다르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독일 통일의 경험과 교훈]

"공동(共同)의 역사를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동의 미래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직접 체험했습니다."
 
14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참석한 게르하르트 슈뢰더(왼쪽) 전 독일 총리가 로타어 데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를 부축하고 있다.
14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참석한 게르하르트 슈뢰더(왼쪽) 전 독일 총리가 로타어 데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를 부축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로타어 데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는 14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한국도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통일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독일 통일의 경험과 교훈' 특별 대담에 참석한 그는 "통일 후 30년 동안 고통스러웠다"면서도 "주권국가로서 세계의 인정을 받게 됐으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했다. 통일 전 동독의 마지막 총리를 지낸 데메지에르는 1990년 통일 조약에 동독 대표로 서명했다. 학계에선 베를린 장벽의 해체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그가 아니었다면 독일 통일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함께 자리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통일 후 동독에서 서독 제품들을 사들이면서 서독 기업들이 호황을 맞았다"며 통일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했다. 그는 통일 후 10여년 만에 실업률이 치솟자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펼쳐 통일 독일의 경제 부활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다만 두 사람 모두 '한반도와 독일의 상황은 다르다'는 데 동의했다. 데메지에르 전 총리는 "독일은 통일 과정에서 주변국이 많은 도움을 줬지만 한국 주변국들은 한반도의 통일을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북한의 인프라는 동독보다 낙후했다. 한국이 막대한 통일 비용을 감수할 의지가 있는지가 변수"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15/20190515002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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