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 기로에 선 세계: 구체적 해법을 찾아서]
- 'ALC 채텀하우스' 익명 토론
美北 비핵화 협상 어떻게 되나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채텀하우스 토론회'에서 한·미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미·북 비핵화 협상 전망에 대해 ①2017년의 군사적 대치 상황으로 복귀 ②어떤 식이든 합의 도출 ③협상이 공전(空轉)하는 현재 상황 지속이라는 세 가지 선택지를 두고 즉석 현장 투표를 했다. 절대다수(8명)는 현재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고, 2017년 상황으로 복귀(2명)하거나 어떤 범주에서든 합의가 이뤄질 것(1명)이라는 전망은 소수에 그쳤다. 다만 한 미측 참석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다수의 예측과 반대로 가는 경향을 보였다. 또 어떤 '서프라이즈'가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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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13일 서울 신라호텔 라일락홀에서 '채텀하우스룰'을 적용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사전 토론회를 갖고 있다. 가운데부터 시계 방향으로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마크 내퍼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대행, 조태용 전 외교부 차관, 박정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이근 서울대 교수, 이재영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 대사, 위성락 전 주러 대사, 강인선 조선일보 워싱턴 지국장. /고운호 기자

이날 미국 측에서는 마크 리퍼트 전 주한대사,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 웬디 커틀러 전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박정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이 참석했다. 한국 측에서는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 조태용 전 외교부 차관, 이근 서울대 교수,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이재영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

◇北, '통제된 도발' 이어갈 것

▲북한은 싱가포르 회담 성공에 취해 있다가 미국이 하노이에서 '빅 딜'을 요구하자 당황했다. 김정은이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까지 여러 레벨에서 접촉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의미 있는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의 목표는 핵을 쥐고 있으면서 동시에 국제 제재 해제를 이끌어 내는 거다. 김정은은 젊고 북 체제가 특수하기 때문에 '장기(長期) 게임 플랜'을 갖고 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장기전을 할 자원이 북에 없다.

▲미국의 '빅 딜'은 북한에 모든 핵을 한 번에 내려놓으라는 게 아니다. 과정은 단계적(step by step)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최종점'에 대한 합의는 있어야 하는데 북한은 이를 전혀 준비하지 않고 '영변 폐기'만 얘기했다. 주차장을 나서기 전에 목적지를 정해야 한다.

▲김정은은 미국이 심각한 보복을 고려할 단계까지는 가지 않기 위해 당분간 '통제된 도발'을 할 것이다. 그러다 연말 또는 내년 초에 최선희 등을 미국에 보내 최후통첩성 메시지로 판을 흔들고, 여의치 않으면 핵실험이나 ICBM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미·북 협상에 대한 트럼프의 관심을 되돌리기 위해 북은 연말쯤 일본 열도를 넘기는 중거리탄도미사일 도발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대북 제재 효과… "시간은 미국 편"

▲김정은은 어떤 나라도 겪어보지 못했던 강력한 제재에 직면해 있다. 일반 경제지표보다 '김정은의 외화벌이'에 대한 효과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제재로 인한 외화 수입 감소는 엘리트층에 대한 김정은의 통제력을 떨어뜨릴 수 있고, 그게 김정은이 가장 아파하는 부분이다.

▲제재가 지속되면 김정은이 치러야 할 기회비용은 대단히 커진다. 미국은 김정은이 조급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시간은 우리 편이다.

▲제재도 한계가 있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지만 핵을 포기하게 할 정도인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그동안 경제 제재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다른 옵션을 논의에서 아예 제외한 측면이 있다. 군사적 옵션이나 인권 압박 등 외교 카드도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군사 옵션은 실제 쓰지 않더라도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다. 이란 핵협상 때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압박이 가장 큰 효과를 발휘했다.

◇"'낙동강 오리알' 된 韓"

▲한국 정부 내부와 엘리트층에선 최근 한·미 관계가 갈수록 멀어지는 반면 미·일 관계는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꽤 널리 퍼져 있다.

▲한국은 현재 비핵화 협상에서 '낙동강 오리알' 같은 신세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에는 '비핵화와 평화'를 강조했지만, 2018년 들어 '비핵화'라는 단어는 지워버렸다.

▲문 대통령을 과거 몇 차례 직접 만나 얘기를 해봤는데, 그는 대북 문제에서 세간의 인식처럼 급진적이지는 않다. 문 대통령이 그런 '위험 감수자(risk taker)'였다면 이미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을 재개했을 것이지만 그러지 않았다.


☞채텀하우스 룰(Chatham House Rule)

채텀하우스는 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의 별칭이다. 세계 최정상급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에선 1927년부터 전문가 토론 시 익명성 보장을 위해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비밀에 부치고 있다. 이 규칙을 '채텀하우스 룰'이라고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14/20190514002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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