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심각하게 주시" 하루만에 대북발언 수위 낮춰
펜스 부통령 "김정은, 지금 당장은 협상 원하지 않는 듯"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북한의 최근 잇단 미사일 도발에 대해 "신뢰 위반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날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한 지 하루 만이었다. 북핵 리스크 제거를 자신의 '치적'으로 홍보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판'을 깨지 않기 위해 일단 대응 수위를 낮췄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미국이 북핵 협상과 관련해 '일괄 타결식 빅딜'에서 물러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비핵화 협상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김정은)는 지금 당장 협상을 하고 싶어하진 않는 것 같다"며 "우리는 계속 굳건히 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북한 등 불량 국가들에 휘둘리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미 군인들의 어머니들을 초청해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미 군인들의 어머니들을 초청해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 "지금은 합의 위반 아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합의 위반 아니냐'는 질문에 "그것들은 단거리(미사일)이고, 나는 전혀 신뢰 위반(breach of trust)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언젠가는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지금 시점에선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이것들은 단거리 미사일이었다. 매우 일반적인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 실험 중단한 것을 자랑했는데 (이번 도발로) 역행한 것 아닌가'란 질문엔 "(북한이 쏜 것 중) 일부는 미사일도 아니었다"며 "내가 그럴(신뢰를 잃을) 때 알려주겠다. 어느 시점에선 그럴 수 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미국은 북한이 추가 미사일 도발을 한 지난 9일 대북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 북한 화물선 압류 사실을 발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 등을 통해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북한 관련 주요 발언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은 신뢰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고 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추가 도발은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됐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4일 러시아 소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국무부가 밝혔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2017년에 이 같은 도발이 벌어졌다면 트럼프도 강경 대응에 나섰겠지만, 지금은 단거리 미사일 도발로 '북한에 책임을 묻겠다'고 말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우 센터장은 "북한도 이런 미측 입장을 잘 알고 수위 조절을 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추가 미사일 도발이 확장돼 일본에 직접 위협이 될 경우 그땐 미국의 대응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NYT, "트럼프, 북한 등 불량 국가에 휘둘려"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미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이 총체적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CNN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러시아 내통 의혹 등 각종 국내 스캔들에 직면할 때마다 외교를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며 "(그러나) 북한과의 시계는 (충돌하던) 과거로 돌아갔고, 미·중 무역 전쟁은 (협상 결렬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으며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도 실패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도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란·베네수엘라 등 불량 국가에 휘둘리고 있다"며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가 두 차례 미·북 정상회담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NYT는 김정은이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제재 해제는 끌어내지 못했지만 "한 가지 큰 이득을 취했다"며 "북한이 핵·미사일 생산 동결에 동의하지 않아도 됐고 북핵 제거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13/20190513003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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