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추가 발사로 상황 급변
식량지원 논의하러 한국 온 비건, 정부 당국자와 예정된 만찬 취소
 

9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방한 일정을 개시한 직후 이뤄졌다. 전날 한국에 도착한 비건 대표는 이날 북한의 추가 미사일 도발 전 서훈 국정원장과 극비리에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비건 대표가 서 원장을 만나 지난 4일 미사일 도발 이후 북한 동향 등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안다"며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강행하는 바람에 우리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문제를 조율하려던 비건의 초점이 '북한 미사일 대응'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했다.

비건 대표는 이후 주한 미 대사관 관계자 등과 회의를 갖던 중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접했고, 이날 주한 미 부대사 관저에서 우리 정부 당국자 등과 예정돼 있던 만찬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비건 대표는 10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하고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열어 대북 식량 지원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이후 김연철 통일부 장관,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정의용 실장과 김현종 2차장을 만나 식량 지원 시기·방식·규모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됐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의 추가 도발은 '식량 지원 정도론 안 된다'는 명확한 메시지"라고 했다.

◇한국은 '식량 지원', 미국은 '최대 압박'

정부는 한·미 정상 통화(7일) 이후 본격적으로 대북 식량 지원 추진에 나섰지만 한·미 간에는 미묘한 기류 차가 감지됐다. 정부는 지난 4일 북한 미사일 도발을 위협이 아닌 것으로 간주하면서 식량 지원을 공식화했다. 반면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8일(현지 시각) "한국이 그 부분(식량 지원)을 진행해 나간다면 우리는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관한 우리 입장은 최대 압박 전략을 계속해 나간다는 것"이라며 "주안점은 비핵화에 있다"고 했다.

런던을 방문 중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연설에서 "대북 압박 캠페인은 계속돼야 한다"며 '북한의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를 강조했다. 9일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UNHCR)에선 북측이 유엔 안보리 제재를 비난하자 미측은 "8만~12만명의 정치범들이 수용소에서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며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 거론하기도 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 내에선 비핵화 조치 없이 도발을 강행한 북한에 식량 지원을 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많다"고 했다.

◇강경화 "식량지원, 상황이 바뀐 듯"

우리 정부는 남북, 미·북 대화의 '탈출구'로 대북 식량 지원을 택했다. 전날 통일부에 이어 외교부도 9일 "인도적 식량 지원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경화 장관은 오는 13일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도 면담할 예정이다. 하지만 북한이 우리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식량 지원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경화 장관은 이날 북한 도발 이후 '인도적 지원 논의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아무래도 상황이 좀 바뀐 것 같다"고 했다.

미·북 대화 재개 전망이 더 어두워졌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데이브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각) "우리는 해당 보도를 알고 있으며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분석가들은 단거리 미사일이라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이날 발사는 미북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난제를 더한 것"이라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가 4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사실상 용인했기 때문에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선 것이란 미 조야의 비판도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일본 언론들은 정규 방송 중 북한 미사일 발사를 긴급 뉴스로 전했다. 다만 아베 신조 총리는 "현 시점에서 우리 안보에 영향 있는 사태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10/2019051000267.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