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4일 원산 호도반도에서 동해상으로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추정)을 발사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 2017년 11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사를 참관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이번에 사용한 이동식 발사대도 성능이 상당히 개량된 것이라고 군은 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9일 평안북도 구성에서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은 지난 4일 강원도 원산에서 쏜 이스칸데르급(級)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사거리와 정점 고도를 고려했을 때 '북한판 이스칸데르'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이날 오후 4시 29분과 4시 49분 각각 1발씩 발사한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첫 발이 420여㎞, 두 번째 미사일은 270여㎞였다. 그런데 2발 모두 정점 고도는 50여㎞로 비교적 낮았던 것으로 합참은 파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취임 2주년 KBS 대담에서 "발사 고도는 낮았지만 사거리가 길기 때문에 일단은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2발 모두 사거리가 짧고 고도가 낮다는 점에서 스커드 계열의 단거리 미사일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스커드-B의 사거리는 300㎞ 안팎, 스커드-C는 사거리가 500㎞ 안팎인데, 이들이 이같은 거리를 비행하려면 정점 고도가 최소한 80~90㎞ 이상은 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 군사 전문가는 "스커드나 노동미사일은 구식 무기이기 때문에 도발 효과를 고려했을 때 부족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는 작년 2월 8일 북한 창군 기념일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당시 포착된 사진에서 8륜형 이동식 발사 차량에 미사일 2발이 실려 있는 점도 러시아산(産) 이스칸데르와 닮은 점으로 꼽혔다. 일각에서는 이 미사일에 KN-21이라는 식별 부호가 붙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4일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도 이동식 발사대에 실린 모습이 공개됐다. 작년 2월 북한 인민군 열병식 때 공개된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의 이동식 발사대는 조악한 수준이었던 반면 이번엔 러시아 이스칸데르와 비슷한 수준으로 이동식 발사대가 개량됐다는 것이 군 안팎의 평가다.

북한은 이처럼 '북한판 이스칸데르'를 꾸준히 개량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11월 김정은은 '첨단전술무기' 실험을 지도했고, 지난 4월에도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을 참관했는데 군사 전문가들은 이 때 등장한 무기도 북한판 이스칸데르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지난 4일 발사한 미사일은 비행거리가 200㎞, 정점고도는 60㎞였다. 이번엔 고도는 비슷했지만 비행거리는 270㎞, 420㎞로 늘었다. 단계적으로 비행거리를 늘려가며 최대 50~500㎞로 알려진 이스칸데르 미사일 비행거리의 한계 가까이 시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이스칸데르가 맞는다면 한국의 대공 미사일 방어망이 무력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은 수도권 기지를 보호하기 위해 패트리엇 PAC-2·3 미사일을 배치해놓고 있다. 문제는 PAC-3는 마하6(음속의 6배) 이하인 스커드급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지만, 마하10이 넘는 속도로 목표물을 향해 낙하하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스칸데르는 정점 고도가 낮고 비행 궤적이 특이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도 요격하기 어렵다. 패트리엇 미사일로 요격하기엔 너무 높고, 그렇다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대응하기엔 너무 낮다는 것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북한이 한국의 방공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도발로 한·미를 흔들어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9/20190509039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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