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 소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 관련 청문회에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과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 데이비드 노퀴스트 국방부 감사담당 차관(왼쪽부터)이 나란히 앉아 있다./연합뉴스

국방부는 9일 북한이 지난 4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한 것과 관련, "한미 정보당국이 분석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발사 이후 120시간이 넘도록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미 국방부가 북한이 쏜 것을 "미사일"이라고 언급한 것과 다른 태도다. 한국군 당국은 "한·미 군 당국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해왔지만,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은 8일(현지시각) "북한이 쏜 것은 로켓과 미사일"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섀너핸 美국방장관 대행 "北 발사체는 미사일"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은 8일(현지시각)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원회에서 "북한이 쏜 것은 로켓과 미사일"이라며 "발사 당일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으로부터 '북한이 로켓과 미사일을 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새너핸 대행은 "금요일(4일) 오후 (이란 관련 첩보) 출처와 의미, 우리의 대응을 검토하는 일을 했다"며 "이후 달리기를 하던 도중 던퍼드 합참의장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미군 당국은 북한의 지난 4일 도발 직후부터 발사체를 로켓과 미사일로 규정해왔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한국군 합참도 지난 4일 북 발사체 발사 직후에는 "북한이 불상(不詳) 단거리 미사일을 동쪽 방향으로 발사했다"고 했다가 40여 분 뒤 "불상 단거리 발사체"로 정정했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섀너핸 장관 대행이 발언한 시점은 지난 4일 북한이 발사체를 발사한 당시 합참의장으로부터 보고를 그렇게 받았다는 것"이라며 "초기의 상황보고 내용을 언급한 것이며 분석결과를 공식적으로 밝힌것은 아니다. 현재 한미 정보 당국은 관련 사항을 공동으로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새너핸 장관 대행이 발사 6일이 지난 시점에 미 의회에서 "미사일"이라고 언급한 점으로 볼 때, 최근까지도 군사과학적 분석을 통해 로켓과 미사일로 판단내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던포드 합참의장 보고 당시 우리 군 당국도 미측과 상황 공유를 했냐'는 질문에 대해 노 부대변인은 "그렇다"며 "우리도 사전에 보고를 드렸고, 정경두 장관도 실시간 상황 관리를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미 정보당국 간 단거리 발사체에 대한 정확한 탄종과 제원에 대한 분석은 시기적으로 좀 오래 걸린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지난 4일 훈련을 도발이라고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현재 분석, 평가 중에 있다"고 답했다.
 
북한이 지난 4일 원산 호도반도에서 동해상으로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추정)을 발사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 2017년 11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사를 참관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이번에 사용한 이동식 발사대도 성능이 상당히 개량된 것이라고 군은 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한미 동맹 훼손 우려…北 도발에 저자세로 나가면 강도 높여 또 도발할 것"

한국군 당국이 북 발사체를 '미사일'로 규정하는 데 시일이 걸리는 이유를 두고는 북한과 비핵화 관련 대화를 이어가고자 하는 외교적 고려 때문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런 태도는 미 행정부에서도 엿볼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북 발사체가 '단거리'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 미사일 발사의 의미를 축소함으로써 추가 도발의 빌미를 줬다"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초반에 북한이 하는 대로 그대로 두면 앞으로 북한은 미사일 사거리를 더욱 늘리는 등 도발 강도를 높여갈 것"이라며 "6·25전쟁일 등을 기점으로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 예비역 장성은 "동맹국끼리는 같은 가치를 추구하고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하는데 한미 간 동맹이 형식적으로, 서류상 동맹으로 추락하는 것 같다"고 했다.

미 전문가들도 이같은 취지의 우려를 표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을 인용해 "사거리가 짧은 미사일을 시험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 합의를 위반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주게 된다"며 "미국을 자극하는 ICBM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제외한 저강도 도발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VOA에 "핵 협상의 목적을 미 본토 보호로 규정짓는다면 동맹국의 안보는 안중에 없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9/201905090198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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