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사진>이 8일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 "우리 정부가 치고 나가야 한다"며 "북한이 요구하지 않더라도 빨리 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국무회의나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할 것도 없다. 통일부 장관(김연철)이 치고 나가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요구하지 않더라도 빨리 (식량 지원을)하는게 좋겠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며 "북한은 지금같은 상황에선 식량 지원을 먼저 요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준비절차는 간단하다. 이미 개성공단 내에 연락사무소가 있기 때문에 소장회의를 통해 결정해도 되고, 금강산이나 개성공단에 (식량을) 가져다 놓을테니 교통수단을 동원해서 (북측에) 가져가라고 하면 된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또 "1995년 김영삼 정부 때 북한에 식량 지원을 했는데 보수 언론에선 '퍼주기'라고 했다"며 "퍼주기 논란은 시도때도 없이 나오는거고, 분량과 액수 상관없이 나오게 돼 있다. 의식하면 아무 것도 못한다"고 했다. 이어 "1995년도에 김영삼 대통령이 선택 잘했다고 했던 인사들이 정치권에 있던데, 이럴 땐 나서서 북한에 식량 지원을 해야 한다고 여론조성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통일부 장관과 농림부 장관이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해) 협의하는 모습만 보여줘도 북측에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라며 "북미 간 협상도 교착상태인데 식량 지원을 하게 되면 남측과 대화 통로가 트일 것이고 이를 계기로 북미간 대화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7일 밤 전화 통화에서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이를 지지했다"고 했다. 다만 백악관은 "두 정상이 북한의 최근 동향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 방안을 논의했다"고만 하면서 식량 지원과 관련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북한을 방문해 식량 사정을 실사(實査)하고 온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의 식량 안보 평가' 보고서를 지난 3일 발간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식량 사정은 인구의 40%에 이르는 1010만명이 굶주림에 내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북한에서 쌀 136만t이 부족하다고 한다. 유엔 보고서는 인구 40%가 굶주리고 있다고 했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인구 4분의 1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8/201905080076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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