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위원장 "탄도미사일로 보기엔 사거리가 너무 짧아"
전문가들 "사거리는 얼마든 조정 가능, 이런 논리 처음 봐"
 

국회 국방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7일 북한이 사흘 전 발사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에 대해 "단거리(탄도) 미사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보통 우리가 단거리(탄도) 미사일이라고 하면 사거리가 1000㎞ 이내, 중거리는 3000~5000㎞, 장거리는 5000㎞ 이상인데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것은 사거리가 200㎞ 언저리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단순히 사거리가 1000㎞에 훨씬 못 미친다는 이유만으로 탄도미사일이 아니라는 식의 논리를 편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런 식의 논리는 처음"이라며 "북한이 보유한 여러 무기 체계를 종합 판단하면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것은 이스칸데르급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했다. 국방부 역시 이와 같은 시각을 의식한 듯 "안 의원의 언급은 국방부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뒤 평가한 개인 의견을 설명한 것으로 국방부의 공식 보고 내용이 아니다"라고 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이 계속 논란이 되는 이유는 탄도미사일과 방사포를 섞어 발사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탄도미사일이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이라는 게 의미가 크다.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은 200여㎞를 날아간다면 포물선이 'U자'형을 그리며 정점 고도가 80㎞가량은 돼야 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완만한 포물선 비행을 하는 북한의 방사포는 정점 고도가 20~30㎞가량인데,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은 정점 고도가 50㎞로 일반적 탄도미사일보다 낮고, 방사포보다 높아 정보 분석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사거리가 짧아서 탄도미사일이 아니라는 안 의원의 주장에 대해 "얼마든지 사거리는 조정할 수 있다"며 "북한의 독사(KN-02)는 사거리가 120㎞ 수준이지만 탄도미사일"이라고 했다.

군 일각에서 이번 도발에 '300㎜ 신형 방사포' 가능성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방사포는 발사관이 여러 개로 여러 탄을 동시에 발사하는 포"라며 "그런데 북한이 공개한 이번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발사 장면에서는 명확하게 한 발씩 미사일이 발사되는 게 보인다"고 했다. 미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비확산 국장도 "한국을 사정권에 둔 매우 위협적인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했다.

북한의 발사체는 크게 미사일과 장사정포로 구분된다. 이 중 이번 도발에 사용한 240·300㎜ 방사포는 우리 군의 다연장포 격으로 여러 발을 한꺼번에 발사 가능하다. 170㎜ 자주포는 한 발씩 발사하는 고전적 의미의 포인데 일반적인 사거리는 30~50㎞다.

미사일은 크게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로 구분된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 대응 센터장은 "탄도미사일은 공을 던질 때처럼 에너지 상당 부분을 정점까지 추진하는 데 쓰고, 이후에는 자유 낙하로 목표물까지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며 "반면 순항미사일은 날개가 달려 있어 목표 지점에 정확하게 갈 수 있는데 속도가 느리다"고 했다.

로켓은 추진체의 연료만을 이용해 날아가는 기관을 말한다. 원래는 군에서는 로켓 기관을 쓰면서 유도 기능이 없는 것은 로켓, 유도 기능이 탑재된 것은 미사일로 분류됐지만 최근에는 이 개념이 혼용돼 사용돼 구분의 의미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북한은 미사일·로켓을 거의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우리 군이 미사일이라 단정하고 탄도미사일이라고 결론 내려진다면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이라며 "그래서 북한도 머리 써서 신형 전술유도무기라는 표현을 쓴 것 같다"고 했다.

미국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이번 북한의 도발에 대해 "중·장거리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다"라고 했지 단거리미사일 발사를 부정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우리 정부가 북한 발사체를 사실상 미사일로 보고 있고, 군사적 행동에 대한 대응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방부가 북한 도발을 적극 규탄해야 하는데도 지나치게 정무적으로 판단하고 오히려 숨기기에 급급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한편, 이날 군 안팎에서는 우리나라의 탄도미사일인 '현무-2'와 북한의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형상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두 미사일의 형상은 상당히 비슷해 러시아의 기술이 남북한으로 파생돼 흘러간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군 관계자는 "자세한 제원은 밝힐 수 없지만, 추진 시스템 등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8/2019050800190.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