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이 6일 오후 북한 발사체 관련 보고를 하기 위해 국회 정보위원장실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은 지난 4일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한 것과 관련, "모양만 보면 지대지(地對地·땅에서 발사해 땅에 있는 목표물을 타격하는 무기)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미사일인지 여부는 분석 중이라 답할 수 없다"고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에게 6일 보고했다. 국정원은 그러면서 "도발로 보지 않으며 (한국군이) 대응 발사를 할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고 이 위원장이 전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이틀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미사일인지 알 수 없다"면서, 미사일 발사가 갖는 도발 의미를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 김상균 2차장은 이날 이같은 분석 상황을 이 위원장에게 보고하면서 "(미사일 여부를 판단할) 군사 기술적 문제는 국방부와 합참에서 분석해 결론을 내려야 하며, 한·미가 함께 분석해야 한다"면서 "그때까지는 미사일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했다. 국정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작년 11월16일 '첨단전술무기'를, 지난달 17일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 시험을 지도한 것과, 이번에 발사한 무기가 같은 종류인지에 대해서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국정원에 (같은 종류 여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냐 물었더니 '공개 못 하는 걸 양해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또 합참이 처음에 '미사일'이라고 판단한 근거와 관련, "(미사일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합참에 물어보라고 했다"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 또 '폭발 장면이 나온 것은 정확도가 높고 성공했다는 뜻 아니냐'는 이 위원장 질의에 국정원은 "공개된 영상만 가지고 (성공 여부를) 단언하기는 어렵다, 미사일 여부도 항적궤도 등을 더 봐야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지대지라는 사실만으로 공격용인지 방어용인지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발사를 과거와 같은 도발로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국정원은 "이번 훈련은 방어적 성격의 통상적 훈련"이라며 그 근거로 "북한 매체가 '경상적 전투 동원 준비'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을 들었다고 한다. 조선중앙통신은 미사일 발사 직후인 지난 5일 "경상적인(변함없이 항상 일정한) 전투 동원 준비를 빈틈없이 갖추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과거엔 북한이 괌 타격 계획까지 발표하고 무조건 선제타격하겠다고 엄포를 놨는데 이번에는 주한미군의 평택기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전개 훈련 등을 문제 삼으며 대응 훈련 성격임을 강조하는 논조라는 얘기다.

국정원은 또 이번 미사일 발사가 "대외 압박 성격이 있기는 하지만 비핵화 협상의 판은 깨지 않겠다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시험 발사 후 북 매체가 보도 수위를 조절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북한이 (대미 메시지의) 영문본에서 자극적인 메시지들을 삭제했다"면서 "그중에 하나는 영문판에서 '그 어떤 세력이 자주권과 존엄과 생존권을 해치려 든다면 추후에 용납도 없이 반격하겠다'라는 표현을 삭제한 것"이라고 했다.

또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등의 발사에는 전략군 사령관이 (김정은과) 배석·영접했지만, 이번에는 박정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포병국장이 (김정은을) 영접하고 실험에 참여·분석했다"며 "전략군 사령관보다 포병국장의 레벨(지위)이 낮고, 군사훈련 목적이 조금 더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본 것 같다"고 했다.

국정원은 따라서 "(한국군이) 대응 사격을 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 2017년 7월 4일 북한이 ICBM '화성-14형'을 발사했을 당시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이튿날인 5일 동해안에서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무력시위를 했다. 당시 한국군은 현무-2A 미사일을, 주한미군은 에이태킴스(ATCMS) 지대지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당시에는 (탄도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지나갔고 도발이 명백했기 때문에 지금과는 사정이 다르다"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어떤 나라의 경계선도 넘지 않고 한·미·일 어느 나라에도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고 했던만큼, 대응 발사를 할 그런 사안은 아니다"라고 보고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 등장하던 리병철 조선노동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 이번에 오랜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과 관련해서는 "미사일 발사 전담인만큼, (그간) 미사일 발사가 없었으니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리 부부장의 등장 자체가 북한이 발사한 것이 미사일이라는 방증이 되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서 이혜훈 위원장은 "그렇게 해석할 수는 있지만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리 부부장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의 핵심인물로 꼽히며, 미국 재무부는 지난 2017년 12월 리 부부장을 단독 제재조치하기도 했다.

 
정보위원장인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이 6일 오후 국회에서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으로부터 북한 발사체 관련 보고를 받은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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