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북한이 지난 4일 ‘단거리 발사체’ 발사라는 도발성 행동을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쏜 발사체는 단거리여서 미국과 한국, 일본에 위협이 되지 않았으며 미·북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5일(현지 시각) 미 폭스뉴스와 ABC뉴스, CBS뉴스에 출연해 북한 단거리 발사체 발사를 분석하고 미·북 대화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확한 분석을 위해 미 당국이 조사, 평가하고 있다면서 ‘단거리’ 발사체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인터뷰 내내 북한이 쏜 발사체를 ‘미사일’이라고 하지 않고 ‘그것들(they)’이라고만 지칭했다. 북한의 발사체 발사를 두고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유예(모라토리엄)’ 약속 위반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사가 미국과 동맹국에 위협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비핵화 대화에 논란이 될만한 모라토리엄 위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인 2019년 5월 5일 CBS뉴스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CBS뉴스

그는 폭스뉴스에 "우리는 얼마나 멀리 날아갔는지 말하지 않겠지만 단거리로 여러 발 발사됐다"며 "중거리 미사일이나 장거리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닐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을 위반했는지 여부와 관련, "모라토리엄은 미국을 확실히 위협하는 ICBM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단거리 발사체인 만큼 모라토리엄 위반 상황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좋은 해결책을 협상할 모든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완전하게 검증된 방식의 비핵화를 위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ABC뉴스에서도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피력했다. "우리는 하노이 정상회담(제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연락해왔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서도 "어떤 상황에도 국제적 경계선을 넘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발사체가 북한의 동해에 떨어져 미국이나 한국 또는 일본 등 동맹국에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내가 그와 함께한다는 것을 알고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올린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난하는 대신 긍정적인 내용을 강조했다. 상황 악화를 피하고 비핵화 합의 의지를 재차 확인한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도발이 제재 해제를 위한 대미(對美) 압박용으로 봤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폼페이오 장관은 대북 제재는 계속 이어진다고 했다. 그는 "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가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2019년 5월 4일 원산 호도반도에서 동해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참관하에 신형 전술유도 미사일과 장거리 방사포 발사 실험을 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25일 열린 북·러 정상회담 이후 두 나라 간 공조 강화 흐름은 경계했다. 그는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직후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봤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한 후 이런 행동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미국은 여기에 적절한 대응을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일 오전 9시 김정은 참관하에 신형 전술유도 미사일과 장거리 방사포 발사 실험을 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 것은 지난 2017년 11월 29일(화성-15형 발사)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이에 우리나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다며 "북한이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해 240㎜·300㎜ 방사포를 다수 발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김정은은 미사일 발사 실험을 참관하며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진정한 평화와 안전이 보장되고 담보된다는 철리를 명심하라"고 했다. 대북 제재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6/20190506005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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