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러시아 하산역에 도착했을 때 이색적인 장면이 있었다. 러시아 측이 쟁반에 소금과 빵을 담아 김정은에게 건네며 환영했다〈사진〉. 우리나라에서 귀신을 쫓거나 액운을 막는 의미로 소금을 뿌리는 것과는 상반되는 풍습이다. 왜 러시아에서는 손님에게 소금을 건넬까.
 
러시아는 김정은에게 왜 소금을 건네줬나
/AP 연합뉴스

러시아에서 소금은 빵과 함께 가장 소중한 음식으로 여겨 이를 타인에게 대접하는 것을 최상의 환대로 친다. 4세기 이후 러시아에 정착한 슬라브족은 경작과 채집을 병행하며 살았는데 빵을 '경작'의 상징으로, 소금을 '채집'의 상징으로 여겼다고 역사가들은 기록하고 있다. 소금과 빵으로 손님을 환영하는 관습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556년 러시아 수도승 실베스테르가 쓴 '가정규범'에 나온다. "축하할 때나 애도할 때 빵과 소금을 접대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환대'라는 뜻을 가진 러시아 단어 '흘레바솔스트바'는 '빵(흘렙)과 소금(솔)'의 합성어다. "빵과 소금은 거절하지 않는다" "빵과 소금을 함께 먹으면 철천지원수도 친구가 된다"는 러시아 속담도 있다. 상대방이 준 소금을 빵에 묻혀서 먹지 않고 바닥에 쏟는 것은 경멸의 의미다.

러시아는 우주에서조차 '빵과 소금' 풍습을 고수했다. 1975년 아폴로-소유즈 프로젝트에서 도킹에 성공한 소련과 미국의 우주 비행사들은 자축하기 위해 양국의 국 기를 교환했는데 이때 소련 비행사들은 크래커와 소금을 전했다.

러시아에서 소금의 가치가 높았던 것도 귀한 손님에게 소금을 건네는 풍습을 지속시켰다. 1648년 러시아 정부가 세수를 늘리기 위해 소금세(稅)를 신설해 소금값이 4배로 뛰자 모스크바에서 '소금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19세기에 소금세가 폐지된 뒤에야 서민 식탁에 소금이 일상적으로 오르게 됐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25/2019042500114.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