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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문(文)-아베 있는 한, 한·일 개선은 없다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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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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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北 대변인' 불리는 동안 아베, '미국의 代行者'로 나서
'청구권 자금' 미끼로 대북 협상 대타 될 수도
두 사람은 서로 배척함으로써 득을 보는 권력자일 뿐
 

김대중 고문
김대중 고문

문재인 정부가 대북(對北)·대미(對美) 문제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우리 국익에 관한 중대한 손실 하나를 잊고 있었다. 대일(對日) 관계다. 문 정부하에서 한·일 관계는 역대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친일'을 적폐로 몰아 공격하고 반일(反日)로 국민 정서를 몰아가고 있다. 강제징용 문제로 사법부가 이에 가세하고 민노총까지 나서 동상(銅像) 문제로 공권력을 굴복시키는 등 우리나라에 때아닌 반일의 기운이 만발하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먼저 대한민국 건국 세력인 이승만 등 우파 정권의 정통성을 지우고 문재인 정권을 임시정부를 잇는 적자(嫡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역사의 왜곡을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우파 정권을 친일, 반(反)통일 분단 세력으로 매도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빨갱이'란 말과 '친일'이란 단어를 함께 입에 올리는 이유가 그것이다. 반일은 역사 지우기의 도구이며 편리한 들러리다.

선동 정치에 능한 정치인들은 흔히 무엇을 반대함으로써 국민적 결속을 노린다. 누구와 친하다거나 무엇을 긍정하는 것보다 누구를 적대시하고 무엇을 반대하는 것이 훨씬 자극적이고 흡인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모든 데모의 구호가 무엇을, 누구를 반대하는 반(反) 자로 시작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한·일의 문제가 이렇게 침체해 가는 동안 일본은 동북아에서 크게 약진했다. 일본은 트럼프 이후 미·중 관계가 통상 문제로 답보하는 동안, 또 한·미 관계가 북한 문제로 삐걱거리는 동안, 그 틈을 타 동북아의 실력자로 등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대변인'으로 불리는 동안 아베는 미국의 '대행자(代行者)'로 나선 셈이다.

지난주 워싱턴에서의 미·일 외교-국방장관 '2+2 회담'은 미·일의 찰떡 공조를 여실히 반영했다. 두 나라는 북핵과 관련해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와 대북 제재의 전면 이행을 촉구하는 등 역대 그 어느 때보다 친밀과 결속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일본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삼고 중국을 견제하는 방파제로 이용하고 있다. 일본에 F-35 스텔스 전투기의 기밀도 주기로 했다는 보도도 있다. 아베는 불과 몇 개월 사이 트럼프를 세 번이나 만나며 개인적 친분을 쌓아가고 있다.

고노 일본 외상은 이 회견에서 김정은과 아베의 회담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일본인 납북 문제가 처리되고 나면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도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일본에는 북한에 주기로 교섭이 거의 끝났던 100억~200억달러 규모의 '청구권 자금'이라는 미끼가 있다. 북한으로서는 이 돈이 엄청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 돈이 북한과 거래를 트는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다. 지금 미국 조야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북 제재 해제에 혈안이 된 문 대통령이 과연 누구 편에 선 것이냐는 비판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돈줄을 쥔 일본을 대북 협상의 대타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미국 없는 문재인'이 과연 쓸모가 있을 것일까?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그로서는 '미국 없는 문재인'보다 미국을 등에 업은 '돈 있는 아베'를 더 필요로 할는지도 모른다.

전체적인 그림으로 보면 이 나라는 '우리 민족끼리'라는 허울 좋은 구호 아래 한반도 안으로 짜그라지고 중국 대륙의 변방으로 처지는 형국인 데 반해 일본은 일본 열도를 미국의 대(對)아시아 방어선으로 삼고 중국과 대치함으로써 아시아의 맹주로 세(勢)를 격상시키는 모양새다.

외교는 국익을 뒤에 깐 소리 없는 전쟁이다. 한 세기가 넘는 과거를 가지고 권력 놀음하고 한풀이하는 마당이 아니다. '과거'로 국제 관계를 재단하자면 오늘날 세계지도는 다시 그려야 한다. 아니꼽고 못마땅해도 그것을 감추고 겉으로 미소 짓는 것이 외교다. 그것이 동상이나 '반일'의 립서비스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우리가 모든 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으면 또 모르겠다. 지금 우리에게는 일본이 두려워할 무기도, 이용할 지렛대도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 한국에 문재인 대통령이 있고 일본에 아베 총리가 있는 한 한·일 관계의 개선은 무망하다. 두 사람은 서로 배척함으로써 득을 보는 권력자일 뿐이다. 희망이 있다면 '국민 간의 외교'다. 지난 2018년 일본을 찾은 750만명의 한국인, 한국을 찾은 300만명의 일본인 등 1000만명의 교류가 그 징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22/20190422031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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