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칼럼
[이용수] '2+2' 실종 사건
조선  |  @chosun.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4.2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이용수 정치부 차장
이용수 정치부 차장

"부럽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배가 아프네요."

지난 주말 워싱턴에서 미국과 일본이 외교·국방 장관 회의, 이른바 '2+2 회의'를 가졌다는 소식에 6자회담 수석 대표를 지낸 A씨가 보인 반응이다. 주요 외신들은 2+2 회의를 마친 두 나라 장관 네 사람이 국무부 청사 '벤 프랭클린 룸'에 도열해 회견하는 장면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전직 외교부 차관 B씨는 "두 달간 세 차례 정상회담만으로도 밀월인데 2+2까지 한다는 건 미·일 관계가 수사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공고하다는 객관적 지표"라고 했다. 이번 2+2 회의가 곧 막이 오르는 '미·일 연쇄 밀월 이벤트'의 예고편이자 흥행 보증수표란 얘기다.

미국은 아무하고나 2+2 회의를 하지 않는다. 나토 28국을 비롯해 40여 나라와 군사 동맹을 맺고 있지만 2+2 회의를 여는 나라는 극소수다. 동맹에도 신분·등급이 있다면 '특급 동맹'만 미국과 2+2 회의를 할 자격을 얻는다. 그런 나라가 아시아에 딱 둘 있다. 호주와 일본이다. 호주는 1985년부터 작년까지 28차례, 일본은 1996년부터 이번까지 18차례 미국과 2+2 회의를 했다. 거의 매년 열렸다. 그런 일본이 미국과 2+2 회의를 3년간 열지 못한 적이 있다. 자민당 정권을 무너뜨린 민주당 하토야마 정부가 미국과 한 후텐마 기지 이전 약속을 뒤집어 미·일 관계가 '전후 최악'에 빠졌던 시기다.

우리도 한때 미국의 2+2 회의 상대였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2년마다 네 번 열렸다. 공교롭게도 현 정부 출범 후 2+2 얘기가 쏙 들어갔다. 2018년에 열려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올해 추진 중이란 얘기도 들리지 않는다. 외교가에선 '2+2 실종 사건'이란 말이 돈다.

국방부 고위직을 지낸 예비역 장성 C씨는 "북한 비핵화 담판으로 급박해진 한반도 정세만 놓고 봐도 한·미 외교·국방 장관들이 머리를 맞댈 필요성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며 "2+2 회의가 안 열린다는 건 한·미 동맹이 껍데기만 남았다는 평가가 사실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한 청와대와 외교부 반응은 충분히 예상된다. 2+2 회의만 갖고 양국 관계를 재단할 수 없다면서 한·미 정상이 일곱 차례나 만났다는 얘기를 빠뜨리지 않을 것이다.

'미·일 외교사의 빙하기'라는 하토야마 총리 시절에도 정상회담(2009년 11월)은 열렸다. 최대 쟁점인 후텐마 문제에서 아무 진전도 보지 못해 누가 봐도 실패였지만, 두 정상 모두 회견에선 '미·일 동맹'을 지겹도록 얘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분 회담' '외교 참사' 논란을 빚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그런 것처럼 말이다.

10년 전 일본 외교관들이 느꼈을 '동맹의 공허함'이 어떤 기분인지, 전직 외교부 관리가 "배 아프다"며 수화기 너머에서 지었을 표정이 어땠을지 알 것만 같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22/2019042203162.html

조선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  Tel : (02)724-6650,6523  |  E-mail : nkchosun@chosun.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SITE_MANAGER
Copyright © 2013 NK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