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간 '중재자' '촉진자'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對北) 구상이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다. 우선 문 대통령이 강조했던 '정상 간 톱다운' 방식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톱다운'을 강조했지만, 미측은 이에 호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3차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딜을 끝내야 한다"며 "세 번째 만났을 때는 사인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실무진 간의 협상이 성공해야 3차 정상회담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외교위원은 16일 미 언론 인터뷰에서 "정상급 대화는 사전 준비와 이해가 선결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토대가 마련됐을 때만 목적의식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 간의 톱다운 시스템은 여전히 살아 있다. 이번 회담 때도 정상 간 긴밀하게 향후 협상 방식에 대해 공감했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특사 파견도 북측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면서 파견 시기를 뒤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7일 기자회견에서 '대북 특사를 제안했는데 북한이 반응이 없는 상황이냐'라는 질문에 "여러 가지로 검토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정리되는 대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그는 4·27 남북 정상회담 1주년 행사와 관련해 북한과 협의하는지에 대해서도 "아직까지는…"이라고 했다. "여러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했지만 아직 합의가 이뤄지진 않았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앞서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에선 '선(先) 특사 파견 공개', '후(後) 정상회담 추진'이라는 패턴을 따랐지만 이번엔 정상회담 추진부터 먼저 밝혔다"면서 "이 같은 차이는 남북 간 소통이 예전처럼 원만하지 않다는 뜻"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과의 접촉 방법은 대북 특사뿐만 아니라 실무자급 협상도 있다"며 "시기와 방법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미·북의 입장 차이가 분명해진 상황이라 우리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대책 없이 무작정 대북 특사를 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간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수차례 강조했지만, 그에 반하는 정황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6일(현지 시각) 위성사진 분석 보고서를 내면서 "북한 영변 핵시설에서 방사성 물질의 이동이나 재처리와 관련됐을 수 있는 움직임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제니 타운 연구원은 "작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과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의 미래와 관련해 어떤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런 가운데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재처리 작업을 현재 하고 있다면 이는 주의 깊게 봐야 할 움직임"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을 철저히 이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는 17~18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할 예정이다. 미 국무부는 16일(현지 시각) "비건 대표가 17~18일 러시아 관리들을 만나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진전시키기 위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18/20190418003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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