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이틀연속 회의… 오늘 국가수반 등극 중대발표 가능성
金, 인상 찌푸리며 "간부들 형식주의·보신주의 등 뿌리 뽑아야"
 

북한이 최고인민회의(11일)를 앞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10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잇따라 열었다. 최고인민회의 직전 당 차원 회의가 두 차례 연속 열린 건 김정은 집권 이후 처음이다. 김정은의 '헌법상 국가수반' 등극, 권력 구도 개편 등 '중대 발표'가 최고인민회의 때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이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당 및 국가적으로 시급히 해결·대책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 심각히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긴장된 정세에 대처해 간부들이 고도의 책임성과 창발성,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혁명 정신을 높이 발휘하여 우리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철저히 관철하라"고 지시했다.
 
김정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黨간부 질책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인상을 쓴 채 손짓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이 이 회의에서 ‘자력갱생’ ‘혁명 정신’ 등을 강조하며 “우리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철저히 관철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黨간부 질책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인상을 쓴 채 손짓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이 이 회의에서 ‘자력갱생’ ‘혁명 정신’ 등을 강조하며 “우리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철저히 관철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김정은이 언급한 '새로운 전략적 노선'에 대해 통일부 백태현 대변인은 "1년 전 새로운 전략 노선으로 채택한 '경제건설 총력 집중 노선'을 관철하는 기조가 유지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김정은은 회의에서 핵 관련 언급이나 대미(對美) 비난은 하지 않았다. 다만 '자력갱생' '혁명 정신' 등을 강조하며 대북 제재 장기화에 따른 경제난을 사실상 시인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김정은의 발언으로 볼 때 최고인민회의에서 '비핵화 협상' 관련한 강경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급격한 변화를 택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국가수반' 등극이나, 입법·사법·행정을 분리시키는 등의 권력 구도 개편을 위한 개헌(改憲)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북한이 당장 도발 등 '새로운 길'로 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한·미 정상회담이 별 성과 없이 끝나고, 미국 조야의 분위기가 더 험악해지면 하반기엔 낮은 수위의 도발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날 정치국 확대회의엔 하노이 회담 때 대미 협상을 총괄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참석했다. 하노이 회담 이후 김영철의 행보가 북한 매체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협상 실패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신변 이상 없이 정치국 위원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대북 소식통은 "하노이 회담 전후로 김영철에 대한 김정은의 불신이 커졌다는 정황이 있다"며 "김영철에 대한 문책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날 회의엔 지난해 11월 3일 이후 북한 매체에서 사라졌던 박광호 노동당 부위원장이 참석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도 지난해에 이어 당 정치국 후보위원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조선중앙TV가 이날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김정은은 회의에서 엄숙한 표정으로 간부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때론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김정은은 "간부들 속에서 만성적인 형식주의, 요령주의, 주관주의, 보신주의, 패배주의와 당 세도, 관료주의를 비롯한 온갖 부정적 현상들을 철저히 뿌리 뽑고…"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지난해 '부패와의 전쟁'을 언급하며 당·군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을 실시했던 김정은이 재차 간부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남주홍 교수는 "연일 당 회의를 여는 건 김정은이 현 시국을 엄중하게 보고 간부들을 질책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회의를 계기로 당·정·군 고위 간부, 특히 경제 라인에 대한 인적 쇄신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북 한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0일 "조성된 정세와 부닥친 난관 앞에 겁을 먹고 외세 의존에 매달린다면 언제 가도 북남 관계의 개선과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북남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면 그 어떤 조건과 환경에도 구애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남북 경협을 밀어붙이라고 우리 정부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11/201904110029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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