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현지 시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독재자’로 지칭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과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3차 정상회담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비핵화 협상을 진두지휘하는 국무장관의 입에서 나온 직격 발언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대북 외교를 통해 미국 정부가 얻고자 하는 목표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고도 거듭 강조했다. 또 FFVD가 이뤄질 때까지 제재를 통한 최대한의 경제적 압박을 계속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일 워싱턴을 직접 방문해 우리 정부의 중재안, 이른바 ‘굿 이너프 딜(충분히 좋은 거래)’에 대한 미국의 공감을 이끌어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계획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굿 이너프 딜은 미·북 간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합의는 포괄적으로 하되,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제재 완화 등 보상을 해준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019년 4월 9일 미 상원 세출위원회 국무·외교활동 소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 상원 세출위원회 국무·외교활동 소위원회에 출석해 ‘인도물자 지원을 차단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불렀는데, 김정은에 대해서도 같은 표현을 쓰겠는가’라는 민주당 패트릭 리히 의원의 질문에 "물론이다"라며 "내가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고 답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나 ‘장기 집권을 위해 개헌을 추진하고 있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도 독재자로 부르겠는가’라는 리히 의원의 질문에는 "그런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며 "비열하고 더러운 세계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모든 지도자가 같은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면서 "어떤 지도자들은 지구상에서 모든 나라를 완전히 없애버리려고 하고 있지만 어떤 지도자들은 사실 미국인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우리와 협력하고 있다"며 "독재자라고 부를 수도, 권위주의적 지도자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미국이 이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 발언은 북한을 핵 보유국이라고 주장하며 미국과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김정은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4차례 평양을 방문하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등 북측 고위 인사들과 만남을 이어가며 비핵화 협상을 이끌고 있는 미국의 국무장관이 김정은을 ‘미국과 협력하지 않고 있는, 전세계에 여전히 위협적인 인물’이라고 부른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대북 외교의 목표는 무엇이며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서 어떤 결과를 얻고자 하는가’라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의 질문에도 "대북 외교의 결과는 FFVD와 이를 통해 얻을 보다 큰 평화"라고 답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대북 외교와 함께 북한에 최대 규모의 경제적 압박을 가할 것인가’라는 크리스 반 홀런 민주당 상원의원의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도 "미국 정부는 FFVD라는 목표에 전념하고 있고 이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대북 제재를 계속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10/201904100074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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