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내일 '볼턴·폼페이오→펜스→트럼프' 제재완화 설득
청와대는 美 거부감 줄이려 일단 "제재도, 톱다운 방식도 유지"
 

문재인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핵심 참모들을 먼저 만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미·북 대화 재개와 제재 완화를 얻어내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와 '제재 유지'를 주장하는 트럼프의 핵심 참모들을 먼저 설득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볼턴·폼페이오→펜스→트럼프' 3단계 작전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9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11일 오전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담당 주요 인사들을 접견할 예정"이라며 "폼페이오 국무장관, 볼턴 보좌관을 먼저 만난 이후 펜스 부통령을 접견한다"고 말했다. 장소는 문 대통령 숙소인 블레어하우스(미국 영빈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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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5월 22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가운데) 국무장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문 대통령은 오는 11일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폼페이오 장관, 볼턴 보좌관을 먼저 만날 예정이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을 먼저 잇따라 만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게다가 볼턴 보좌관은 지난 하노이 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 완화'라는 맞교환 카드를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하도록 했던 '매파' 인사다. 북한은 물론 여권(與圈) 핵심들조차 볼턴을 하노이 회담 결렬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하노이 회담 이후 "'빅딜'은 북한의 핵·탄도 미사일과 생화학무기, 대량 살상무기 제거를 포함한 것"이라며 "단계적 비핵화 조치라는 북한의 술책에 넘어가는 실수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최근 "궁극적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유엔 제재는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부분적 비핵화에 나서면 부분적 제재 완화를 해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조기 수확론(Early harvest)'에 분명한 거부 메시지를 밝힌 것이다.

이번 접견은 문 대통령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폼페이오와 볼턴을 돌려놓지 않으면 하노이 회담의 재판(再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분파'인 트럼프 대통령보다 폼페이오와 볼턴 같은 '논리파'들을 더욱 넘기 어려운 산(山)으로 보고 선제적 설득에 나서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 때 미국이 거부 반응을 보이는 '제재 완화'는 일단 2선에 배치하는 전략을 택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상 간) 톱다운 방식, 그리고 제재의 틀은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직후에도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미국의 매파 참모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이번에 '선(先) 대화 재개, 후(後) 제재 완화'로 전술적 후퇴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판문점 3차 미·북 회담 중재하나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5~6월 방한(訪韓)을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에 맞춰 5월 말, 그리고 6월 28~29일 오사카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두 달 연속 일본을 방문한다. 이 시기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성사시킨다는 구상이다. 한두 달 사이에 한·미 정상이 두 차례 연쇄 회담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여권 일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다면 한·미 정상회담 자체보다는 판문점에서 김정은과의 3차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데 무게를 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 판문점 회담 1주년이 되는 4월 27일 전후로 남북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북에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 11일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5월 말 판문점 미·북 정상회담을 연쇄적으로 가짐으로써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트는 시나리오를 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에 응하지 않고 대남 압박을 계속하고 있어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할지는 불투명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10/20190410002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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