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미국 방문 결과를 보고 받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월 24일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의 가장 큰 책임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에게 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영철을 경질하지 않는 한 미·북 핵 협상이 재개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5일 발표한 ‘세종 논평’에서 "김정은이 ‘영변 핵시설 폐기 +α의 비핵화 조치’ 논의에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과 미국에게 과도한 제재 해제를 요구함으로써 회담이 결렬된 데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비핵화 협상을 총괄적으로 지휘하고 있는 김영철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정 본부장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보여준 비현실적인 협상 전략은 그의 눈과 귀가 (김영철 등)북한의 강경파들에 의해 가려져 그가 합리적인 판단에 실패했음을 보여준다"면서 "김정은이 김영철에게 하노이 협상 결렬의 책임을 물어 그를 경질하거나 그에 대한 의존도를 현저하게 줄이지 않는 한 앞으로도 미국과 북한 간의 핵 협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은 정상회담 날짜를 먼저 정해놓고 거기에 맞추어 급하게 실무회담을 진행하면서도 핵심적인 결정은 정상들에게 맡기는 기존의 톱다운 방식의 한계를 보여줬다"며 "이 같은 결과는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에게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협상 권한도 부여하지 않은데 기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다 심각한 것은 실무협상 기간 미국이 북측에 전달한 요구 사항들조차 김정은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이라며 "그 결과,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2016∼2017년 채택된 유엔 제재 결의 5건, 그 중에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의 제재 해제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매우 비현실적인 판단을 갖고 하노이 회담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영철을 비롯한 북한의 강경파들이 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핵프로그램의 일부만을 포기하고 미국이 대북 제재의 핵심부분을 해제한 상태에서 북한이 계속 핵무기 보유국으로 남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것은 결코 한·미가 받아들일 수 없는 시나리오"라고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윤희훈 기자

정 본부장은 또 "3차 북·미 정상회담도 노딜(no deal)로 연결되지 않으려면 김정은이 북한의 실무회담 대표인 김혁철에게 비핵화 문제에 대해 충분한 협상 권한을 부여하고 실무협상 내용을 직접 상세하게 보고받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한국 정부도 북한과 미국 간의 실무회담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간의 실무회담 개최를 추진하고 이를 정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직접 만나거나 대북 특사를 통해 이도훈과 김혁철 간의 실무회담 정례화를 북측에 제안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이도훈-김혁철 실무회담이 성사되면 한국정부는 이것을 이도훈-김혁철-스티븐 비건이 참가하는 남·북·미 회담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실무회담에서 정상회담 합의문 초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모두 만족할 수준으로 의견이 가까워지면 그때에 가서 정상회담 날짜를 확정해야 한다"고 했다.

정 본부장은 "북한과 미국은 향후 실무회담에서 양측의 요 구사항들을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포괄적 공정표를 완성해야 한다"면서 "미국과 북한이 포괄적 공정표에 합의한 이후엔 합의 사항을 동시·병행·단계적으로 이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같은 방안은 ‘일괄 타결’을 주장하는 미국과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하는 북한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절충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5/20190405010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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