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불법체류자 방지대책에 항의해 집회와 시위를 벌여오던 국내 중국동포들이 12일부터 500여명이 참가하는 단식농성을 시작함으로써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12일 내놓은 ‘불법체류방지 종합대책’의 골자는 오는 5월 25일까지 자진신고하는 불법체류자에게는 1년간의 ‘출국 준비기간’을 주고 범칙금 등을 면제해 주는 대신, 신고하지 않은 사람들은 강제출국시키며, 앞으로 밀입국 관련자들의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98년 이후 불법체류 외국인이 매년 30~40%씩 늘어나 2월 말 현재 26만명을 넘어섰으며,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종합대책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불법체류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동포들은 “1000만원 이상의 빚을 지고 입국한 사람들을 1년 시한으로 내모는 것은 너무 가혹하며 최소한 5년은 허용해 주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중국동포들의 입국과 체류·취업의 문제는 현실적으로 복잡하고 미묘한 측면들이 많아 그 해법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대책은 중국동포들을 외국인이라는 관점에서만 파악해, 동포로서 이들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준다. 더구나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확정된 지가 언젠데,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서야 이런 대책을 내놓아 오히려 대회 사전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드는지 답답하다.

정부는 중국동포 문제를 당장의 단속차원에서만 해결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입국과 취업의 절차를 현실에 맞게 개선함으로써 중국동포들이 입국 자체를 위해 치르는 막대한 불법비용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중국동포들 역시 기본적으로는 한국법을 준수하면서 스스로 입국과 취업과정의 질서를 잡아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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