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오려던 탈북민 3명이 지난 1일 베트남 검문소에서 붙잡혔다가 중국으로 추방당했다. 북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을 돕던 북한인권단체가 우리 정부에 구조를 요청했지만 외교부는 "기다리라"고만 하다가 추방을 막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에 따르면 탈북민을 체포한 부대 지휘관은 "이들이 한국인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들의 신원을 보증해줄 사람이 전화하면 한국으로 보내주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단체 관계자는 "외교부에 지휘관 휴대폰 번호까지 전달했으나 외교부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외교부는 '지휘관에게 전화했느냐'는 질문에 "일일이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쏟아졌지만 "주재국 당국에 조치했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탈북민 체포부터 추방까지 36시간이 있었다. 그 사이 외교부가 부대 지휘관에게 '한국인 맞는다'는 전화 한 통만 제대로 했어도 이들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다.

이런 비슷한 일들이 과거에도 있었다. 1998년 탈북한 국군 포로가 주중 대사관에 "국군 포로인데 좀 도와줄 수 없는가"라고 전화했다가 직원이 "아, 없어요"라며 끊어버리는 일을 겪었다. 2002년 탈북민 2명은 동남아 대사관에서 "중국으로 돌아갔다가 1년 뒤 다시 오라"는 말을 듣고 쫓겨났다. 2006년 국군 포로 가족은 한국 영사관이 안내한 민박집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됐고, 2007년 납북 어부가 중국 영사관에 연락했을 때는 "누가 번호 가르쳐줬느냐"는 추궁부터 받았다. 모두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옥에서 도망친 사람들의 구원 요청을 한국 공관이 애써 외면하는 것은 정권이 북한 눈치를 보니 외교관들이 북한 눈치와 정권 눈치를 동시에 보는 것이다. 이들에겐 탈북민들의 생명과 인권보다 북한과 '남북 쇼' 할 생각, 좋은 보직 얻어 승진할 생각이 먼저다. 예외적으로 2004년 동남아 탈북민 468명을 한꺼번에 데리고 오자 북은 1년 가까이 통일부 장관을 상대하지 않았다. 이 사건이 좌파 정권에 큰 '교훈'이 된 것 같다.

문재인 정부는 탈북민 기자의 남북 행사 취재를 막았고 북 인권 단체 지원도 끊었다. 지난달 미 국무부가 인권보고서에 '한국 정부가 탈북 단체를 억압하고 있다'는 내용 을 명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북은 2015년 '불법 월경죄' 형량을 노동 단련형 1년에서 5년으로 높였다. 한국으로 가려던 탈북민에게는 '조국 반역죄'를 적용해 최고 사형까지 처하고 있다. 북 주민도 한국 정부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안다. 그럼에도 탈북하는 것은 절박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살려달라고 내미는 손을 못 본 척하는 사람들이 민주와 인권을 말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4/2019040403562.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