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총격 사정권' 안전문제 불거져… 정부, 파주·철원 'DMZ내 둘레길' 연기

정부는 3일 9·19 남북 군사 합의에 따라 철거된 강원 고성 지역 GP(감시 초소) 인근을 'DMZ(비무장지대) 평화둘레길'로 조성하고 이달 말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애초 정부는 북한과의 협의는 물론 DMZ 내 활동을 관리하는 유엔군사령부의 허가도 받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3곳의 둘레길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유엔사 허가 및 관광객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고성 지역만 먼저 추진키로 수정 발표했다.

이번에 정부가 개방하겠다고 밝힌 고성 둘레길은 총 7.9㎞다. 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해 해안 철책을 따라 금강산전망대까지 걷는 2.7㎞ 도보 코스와 차량으로 이동하는 5.2㎞의 코스로 구성됐다. 이 구간은 민간인 출입 통제선 내부지만 DMZ 안으로까지는 들어가지 않는다. 군 관계자는 "유엔사와 협의를 했지만 출입 허가까지는 필요 없는 곳"이라고 했다.

문제는 경기 파주와 강원 철원 둘레길이었다. 철원 구간은 백마고지 전적비에서 시작해 DMZ 철책 길을 따라 공동 유해 발굴 현장과 인접한 화살머리고지까지 방문하는 코스다. 파주는 임진각에서 도라산전망대를 경유해 철거한 GP 현장까지 방문하는 구간으로 모두 DMZ 안에 조성됐다. DMZ 내부 지역은 남북한 군 수색조가 정기적으로 수색·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곳이라 신변 안전 대책이 미흡할 경우 총격 등 우발적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고사포나 박격포 등 중화기가 바로 우리 국민을 겨냥할 수 있다" "금강산 사건 당시 박왕자 피살 사건과 같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에 둘레길 조성 계획을 통보하지 않고 사업을 일방적으로 진행했고, 유엔사와의 협의도 마치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적절한 시점에 북한에 알 리고 협의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비판론이 커지자 정부는 파주·철원 두 곳의 둘레길 운영은 보류했다. 정부는 작년 8월에도 유엔사와 충분한 조율 없이 남북 공동 철도 조사를 추진하려다 무산된 적이 있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는 이날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DMZ 둘레길 조성을 위한 소요 경비 43억8150만원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하기로 심의·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