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검찰, 살인 혐의 기소 안해… 베트남과 외교 관계 의식한 듯
 

도안 티 흐엉
/EPA 연합뉴스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31·사진)이 1일 말레이시아 법원으로부터 살인 혐의가 아닌 '상해(傷害) 혐의'로 징역 3년 4개월을 선고받았다. 흐엉은 말레이시아의 감형 규정을 적용받아 다음 달 초 석방될 예정이다. 앞서 말레이시아 검찰은 지난달 11일 인도네시아인 공범 시티 아이샤(27)도 기소를 취소해 풀어줬다. 이에 따라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받는 피고인은 아무도 남지 않게 됐고, 사건의 실체도 미궁에 빠지게 됐다.

AP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말레이시아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흐엉에게 적용된 살인 혐의를 '위험한 수단을 이용한 고의적 상해' 혐의로 공소를 변경했다. 흐엉은 낮아진 혐의를 즉각 시인했고, 법원은 3년 4개월 형을 선고했다. 재판 직후 흐엉의 변호사는 "말레이시아 사법 시스템은 통상 수감자에게 형벌의 3분의 1을 감형한다"며 "흐엉은 다음 달 첫째 주에 석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흐엉은 2017년 2월에 체포돼 약 26개월간 구금됐는데, 3분의 1을 감형받으면 한 달여 후 풀려난다는 의미다.

이날 재판에서 검사는 공소 변경에 대해 "법무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샤가 돌연 석방된 것과 마찬가지로 베트남과의 외교 관계를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이샤 석방 당시 인도네시아 정부는 "양국 간 고위급 접촉의 결과"라고 했다. 아이샤 석방 뒤 베트남 정부는 자국 주재 말레이 대사를 초치해 유감을 표명하는 등 흐엉의 석방을 요구했다. 흐엉과 아이샤는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 청사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로 쓰이는 신경작용제 VX를 묻혀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흐엉은 VX가 든 스프레 이를 김정남의 얼굴에 뿌렸고, 아이샤는 손수건으로 김정남의 얼굴을 덮었다. 당시 CCTV에 흐엉의 범행 장면은 녹화됐지만 아이샤가 공격하는 모습은 찍히지 않았다. 흐엉과 아이샤에게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영국 가디언은 "김정남 살해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은 아무도 남지 않게 됐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2/20190402002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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