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규 대한민국육군협회장·前 육군참모총장
김판규 대한민국육군협회장·前 육군참모총장

지난달 초 한·미 연합훈련인 '19-1 동맹연습'이 약 1주간 실시된 후 '조용히' 종료됐다. 한·미는 매년 3월 약 한 달 동안 합동으로 '키리졸브(KR) 및 독수리(FE) 훈련'을 대규모로 실시해 왔다. '19-1 동맹연습'은 '키리졸브'를 대체한 새로운 한·미 연합훈련으로 훈련 기간이나 참가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고 내용 면에서도 크게 축소된 형태로 실시됐다. 매년 정례적으로 시행되어 오던 '독수리 훈련'이 여단급에서 대대급 이하 수시 훈련으로 전환된 것은 더더욱 우려스럽다.

군 지휘관에게는 많은 책무가 주어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숭고한 책무가 예하 부대 및 부하에 대한 훈련이다. 강한 훈련만이 전쟁을 억제하고, 유사시 싸워 반드시 승리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군대가 훈련을 축소·폐지하는 것은 퇴출을 앞둔 프로 운동선수와 같다.

얼마 전 해사졸업식에서 대통령은 "평화는 강한 국방력이 뒷받침돼야 하며 최대한 전쟁을 억제하되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군대가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미 해사졸업식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와 승리(Winning)"를 위해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어느 국가든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요구하는 군의 역할은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말로만 강조하는 강한 국방력과 실제 강한 전투력과의 괴리가 크게 느껴지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지난 2월 중순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이 미 상원 청문회에서 언급한 말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연합훈련은 동맹의 최우선 과제다. 훈련의 축소나 중단은 군의 준비 태세를 해치고 임무 수행을 위험에 빠뜨리게 한다. 비무장지대(DMZ)에서의 긴장은 완화되었으나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와 동계훈련은 변함없이 시행되었다"고 했다.

연합훈련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훈련이 아니라는 게 군사전문가나 군 관계자들의 견해다. 한·미 간 주기적인 훈련을 통해 상호 작전계획에 따라 훈련시스템과 노하우를 축적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비용에도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시행해 왔던 것이다. 향후 연합훈련 중단이 1~2년간 지속된다면 유사시 엄청난 시행착오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9·19군사합의에 의해 사단급 이하 지휘관들이 과거보다 실전적인 훈련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게 야전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목소리다.

북한은 여전히 이미 개발한 핵무기를 폐기하겠다는 언급이 없고 지금도 핵무기를 계속 만들고 있다. 이럴 때 한·미 간 훈련을 축소하거나 훈련다운 훈련을 당당히 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생존과 국민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하겠다는 것인가?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은 군의 최고통수권자이다. 군의 최고통수권자로서 과연 국가와 국민 앞에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1/20190401032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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