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문서 25만 페이지 기밀해제
김현희 데려오려 美·日과 마찰
 

"오늘 밤 (너를) 죽여버리겠어!"

북한이 1987년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 테러로 국제사회에서 궁지에 몰리던 1988년, 오경환 주(駐)중앙아프리카 북한 대사가 현지의 한 행사장에서 김승호 당시 한국 대사에게 다가가 살해 협박을 했던 사실이 31년 만에 처음 밝혀졌다. 이 같은 내용은 외교부가 31일 기밀 해제하며 공개한 외교문서(1988년도분 중심 25만여 페이지)를 통해 확인됐다.

'북괴 대사 협박'이란 제목의 당시 외교문서에 따르면, 오경환 북한 대사는 1988년 1월 22일 오전 11시 30분 중앙아프리카에서 열린 EC(유럽위원회) 대표 이임식 리셉션장에서 김 대사에게 다가가 "남조선(한국)이 도전적인 태도로 나오면 좋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늘 밤 죽여버리겠다"고 말했다. 오경환은 평소 김 대사를 만나도 말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그날은 갑자기 접근해 이 같은 폭언을 하고 행사장을 나갔다. 이 사건 직후 우리 대사관은 북한의 위협 행위를 우려, 대사관과 교민들에게 '북괴 요원들의 만행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친북 국가였던 헝가리나 중립국 오스트리아도 자체 조사를 통해 해당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결론 내리고 대북 외교 관계를 축소했거나 항의 서한을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미국이 폭파범 김현희가 일본 여권 소지자라는 이유로 바레인에 있던 그를 일본으로 이송하려고 하자, 우리 정부가 미·일 등과 마찰을 빚으면서도 김현희를 한국으로 데려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덩샤오핑 중국 주석은 서울올림픽 석 달 전인 1988년 6월 김일성에게 '평화적인 (88 서울)올림픽 개최를 위한 세계적 노력에 동조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으로 드 러났다. 하지만 김일성은 덩 주석의 요청에 끝내 응답하지 않았다. 또 덩 주석은 당시 중국 선수단을 열차를 통해 북한을 거쳐 한국으로 보내려 했지만, 북한의 반대로 무산됐다. 우리 정부는 1983년 시설 부족 등을 이유로 88 서울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개최권을 호주에 넘기려 했다. 하지만 1년 뒤 패럴림픽을 개최키로 재결정해 국제적 망신을 면했다고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1/201904010027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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