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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노미네이션 怪談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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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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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 전 터키에서 겪은 일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 들렀더니 돈을 받고 있었다. 이용료가 120만터키리라였다. 동그라미 갯수를 잘못 세 '1000만리라' 지폐를 낼까 봐 한참 확인했다. 동전에도 동그라미가 네 개나 붙어 있어 헷갈렸다. 다른 나라 여행객도 화장실 문 앞에서 지폐에 '0'이 몇 개인지 세느라 법석이었다. '국민 불편이 참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주 이주열 한은 총재가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논의를 할 때가 됐다"고 했다. 은행 고액 상담 창구에도 문의가 급증했다. "정말이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화폐 개혁'은 화폐의 가치를 바꾸는 것이고, '리디노미네이션'은 가치는 그대로 놔두되 액면에서 단순히 0을 몇 개 지워내는 '화폐 액면 단위 변경'을 뜻한다. 한국이 세계 11위 경제 대국인데 1달러 환율이 네 자리 숫자라면 격에 안 맞는다.
 
[만물상] 리디노미네이션 怪談


▶우리나라에서는 화폐 단위를 두 번 바꿨다. 1952년 화폐 단위 '원'을 '환'으로 바꾸면서 100대1로 절하했다. 다시 1962년 '10환'을 '1원'으로 조정했다. 이제 경제 규모가 커져 국가의 자산·부채를 표시할 때 경(京) 단위까지 등장하자 계산이 복잡하고, 장부 기재도 불편하다. 원화의 국제적 위상을 올릴 필요도 있다. 그래서 리디노미네이션 주장이 나온다. 이미 '4500원'을 '4.5'로 써놓은 카페나 식당도 적잖다. 실생활이 앞서가 있는 셈이다.

▶2010년 북한에선 내각 수반이 공개 사과를 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앞선 해 구권 100원을 신권 1원으로 바꾸는 화폐 개혁이 실패하면서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한 집당 교환 한도를 10만원으로 제한하자 장마당 상인들이 큰 피해를 봤다. 어떤 주민들은 북한 돈을 버리고 달러와 위안화로만 거래했다. 화폐 개혁을 주도한 노동당 간부는 "혁명 대오에 잠입한 대지주의 아들로서 계획적으로 국가 경제를 파탄 냈다"는 죄목으로 숙청됐다. "시장과 첫 대결을 벌인 당이 완패했다"고들 했다.

▶리디노미네이션 찬성론자는 지하경 제 양성화 효과를 내세운다. "정부가 부자들 현금을 털려고 강행할 것"이라는 괴담도 돌았다. 그러나 '장롱 현금'을 끄집어내려면 '무기한·무제한·무기명' 같은 화폐 교환 3대 원칙을 지켜야 한다. 교환액을 한정하거나 실명 확인 후 세무조사 같은 조치를 취하면 대혼란은 불문가지다. 반(反)시장 정책을 서슴지 않는 문 정부도 이 정도 상식은 갖고 있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31/20190331019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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