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에게 알려질까 곤혹, 김일성 맏손자 김한솔 연관 부담
 

북한은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일어난 스페인 대사관 침입 사건에 대해 한 달이 넘도록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공관(公館)이 테러당한 사안에 대해 항의나 규탄 성명도 내지 않는 건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대사관을 공격할 만큼 조직된 반북(反北) 단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주민들이 알게 됐을 때의 충격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 입장에서 더 곤혹스러운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카로 김씨 일가의 적장자(嫡長子)인 김한솔이 이번 사건을 일으킨 '자유조선'과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정통성'을 중시하는 북한 정권은 김정은의 대안(代案)이 될 수 있는 김한솔의 존재 자체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대사관 침입 사건은 탈북자 중심의 반북 단체 '자유조선'이 주도했다. 자유조선도 26일 이를 시인했다. 외국 소재 기관이 반북 단체에 공격받은 건 북한으로서도 처음 겪는 일이다. 특히 타국 정보기관도 아닌 민간 단체에 공관이 뚫린 데 대한 충격이 컸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국정원 1차장을 지낸 남주홍 교수는 "북한이 지금까지 침묵하는 건 그만큼 이번 일로 겪은 후유증이 심각하고 지금도 수습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라며 "기밀이 통째로 외부에 넘어간 것도 심각한 일이지만, 이번 사건의 범인인 '반북 단체'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 자체도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일은 하노이 회담 결렬과 달리 은근슬쩍 공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북한의 침묵이 무한정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2017년 김정남 암살 사건 때 '자유조선'이 구출한 것으로 알려진 김한솔의 존재도 북한으로선 부담이다. 이번 사건의 배후에 김일성의 맏손자인 김한솔이 있다는 게 북한 주민에게 알려지면 김정은의 정통성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군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정은은 적통 시비를 걱정해 이복형까지 죽였다"며 "'자유조선'엔 그 아들인 김한솔에다 자신의 이모인 고용숙까지 가담한 걸로 알려졌는데 이런 단체를 공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9/20190329002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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