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지명자는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 "우리는 그동안 북에 충분히 속았다"면서 '인내심 있는 제재'가 중요하다고 했다. 다른 청문회에서 국방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의 비핵화 움직임을 보지 못했다"고 했고, 주한미군사령관도 "관찰한 북 핵·미사일 활동은 비핵화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은 "하노이 미·북 회담 결렬은 대북 압박이 충분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북을 핵 포기의 길로 몰아가는 방법이 제재와 압박뿐이라는 점에서도 이견이 없었다.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한국과 중국 인근 해상에서 북의 불법 환적 활동을 막겠다고 했다. 미국은 이제 범국가 차원에서 김정은식 '비핵화'란 것이 거짓 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북핵 폐기를 향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은 이날 "미국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동맹국 협력이 없는 비(非)전통적 상황을 맞고 있다"고 했다. 미 전략연구소 한국 석좌도 의회에서 "한국과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기보다 미국 입장을 바꾸려고 로비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맹국인 한국이 북핵 폐기가 아닌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개 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하자 미국 측 인사들은 "귀를 의심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 제재를 "자해" "바보 짓"이라고 하던 사람을 통일장관 후보로 지명했다. 그러다 미국 대북 제재 위반 블랙리스트에 한국 유조선이 오르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대로 가면 다음 차례는 한국의 은행이나 기업이 제재를 받는 것이다. 악몽 같은 일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8/2019032803760.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