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조선, 스페인 北대사관 침입 확인…"FBI 요청으로 정보 공유"
 
자유조선 홈페이지에 올라온 입장문./자유조선 홈페이지 캡처

2017년 암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자유조선(옛 천리마민방위)'이 지난달 22일 벌어진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 괴한 습격 사건의 배후가 자신들이라고 27일 밝혔다. 김한솔 구출 이후 2년간 잠행하다 시피했던 자유조선이 북한 정권을 향해 처음으로 직접적인 실력 행사에 나섰음을 확인한 것이다. 자유조선은 올 들어 김정은 체제 타도를 내건 북한 임시 정부를 선언한 데 이어 말레이시아 북 대사관 담장에 자유조선 이름으로 ‘우리는 일어난다’는 낙서를 하고, 서울 종로 탑골공원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찍은 동영상도 공개하는 등 활동 노출을 늘려가고 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미 연방수사국(FBI)과 접촉해 관련 자료를 넘긴 사실도 시인했다. 다만 "기존 보도와 달리 (스페인 대사관을) 습격(attack)한 것은 아니다. 그 누구도 결박하거나 때리지 않았다"고 했다. 또 "(FBI에 넘겼던 마드리드 사건 관련 ) 정보가 언론에 유출된 것은 심대한 배신"이라고도 했다.

자유조선은 이날 오전 홈페이지에 '마드리드(북한대사관)에 관한 팩트들(Facts About Madrid)'이란 제목의 영문 글을 올렸다. 이들은 이 글에서 "(우리는) 마드리드 대사관 내의 긴급한 상황에 대해 반응했던 것(We responded to an urgent situation in the Madrid embassy)이며, 대사관에 초대(invited)를 받았고, 보도와 달리 그 누구도 결박하거나 때리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는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대사관 내 모든 사람들은 위엄있게 대우받았으며, 필요한 경고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정부도 이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고, 일이 끝날 때 까지 알지도 못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과도 무관하다"고 했다. 또 "어려운 상황에 빠진 스페인 당국에 불편을 끼친 데 대해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했다.

이들은 마드리드 북 대사관 습격 사건에 관한 정보를 FBI와 공유한 사실도 밝혔다. 자유조선은 "마드리드(북한 대사관 사건)에 대한 정보를, 이득이나 돈을 기대하며 공유하지 않았다"며 "FBI와 상호 비밀유지 합의 하에 엄청나게 잠재적 가치가 있는 마드리드(북한 대사관 사건)에 대한 특정 정보를 공유했다. 이 정보는 그들이 요구했다"고 했다.

자유조선은 어떤 정보를 FBI와 공유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최근 자유조선이 스페인 마드리드 북한 대사관에서 핵심 암호프로그램이 담긴 '변신용 컴퓨터'를 가져갔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변신용 컴퓨터는 평양과 해외 주재 북한 대사관이 주고받는 전보문의 암호를 해독하는 장비다. 태 전 공사는 그러면서 "북한대사관에서 사람의 목숨보다 귀중한 것이 평양과 대사관이 주고 받는 변신용 컴퓨터"라며 "외국 언론들이 이번 침입 사건을 통해 해외 정보 당국이 매우 가치 있는 '보물'을 얻었다고 보도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수 있다"고 했다.

자유조선은 "일부 언론인들은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마드리드에서의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신원과 소속에 관한 추측성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이 정보가 언론에 유출된 것은 심대한 배신"이라고도 했다. 또 "우리는 언론에 이야기한 적이 없고 그 어떤 정보도 공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미 언론 등 외신에서 스페인 마드리드 북한대사관을 습격한 배후가 자유조선일 것이라는 보도가 잇달아 나온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스페인 일간 엘 파이스 등은 습격자 중엔 한국인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또 습격자 중 한 사람인 '에이드리언 홍 창'이라는 이름을 가진 멕시코 국적 미국 거주자는 FBI와 접촉해 녹음 파일 등의 정보를 넘겼다고 밝혔다. 한 정보 소식통은 "비밀 결사체인 자유조선으로선 조직 구성원의 신원이 특정되는 상황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자유조선은 "우리는 이 일이 안고 있는 위험에 대해 인지하고 이 일을 시작했고, 우리들 중 일부는 이 싸움 과정에서 투옥되거나 고문당하거나 살해될 것"이라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우리 중 누군가를 밝혀내기 위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평양의 정권을 돕고 부추기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 입장문을 통해 평양 정권이 운영하고 있는 전 세계 대사관들과 공관들은 합법적인 정부의 외교적⋅상업적⋅ 문화적 공간이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자유조선은 "(북한 대사관들은) 불법 마약과 무기 밀거래, 인권을 탄압하는 범죄를 조직적으로 저지르는 전체주의 체제의 선전을 위한 매개수단"이라며 "정상적인 정부인 척 하는 이런 속임수는 이 정권이 그저 거대한 범죄 기업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7/20190327006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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