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조선 "스페인 대사관에서 얻은 정보 FBI에 넘겼다"…美 기관과의 공조 공개
2017년 김한솔 구출 과정에서도 美 정보기관 지원했을 거란 관측 설득력 높아져
김한솔, FBI 보호 받아… 상호 접촉 많아지면서 신뢰 쌓였을 걸로 추정돼
 

2017년 암살된 김정남의 장남 김한솔<사진>을 탈출시킨 뒤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자유조선(옛 천리마민방위)'이 지난달 22일 벌어진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 괴한 습격 사건의 배후가 자신들이라면서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공조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자유조선이 미 FBI와의 공조한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지난 2017년 극비리에 추진된 김한솔 구출 작전에 CIA(중앙정보국)⋅FBI 등 미 정보기관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갖게 됐다.

김한솔은 북한 김일성의 4대 종손(宗孫)이다. 아버지인 김정남이 일찍이 후계자 경쟁에서 밀려났지만 김씨 일가의 적장자(嫡長子)다. 김정은 타도를 목표로 하는 자유조선에게 김한솔의 존재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이복형 김정남을 말레이시아에서 독살했을 때 그 다음 타깃은 김한솔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 것도 그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었다. 그런 김한솔의 망명 시도를 도운 것이 천리마민방위다. 그런데 이번 스페인 북 대사관 습격 사건으로 천리마민방위와 미 정보기관 간 연계의 일단이 드러난 셈이다.

김한솔 구조를 도운 천리마민방위는 2017년 3월 "김한솔이 안전한 곳에 도착했다"면서 "긴급한 시기에 한 가족의 인도적 대피를 후원한 네덜란드 정부, 중국 정부, 미국 정부와 한 무명의 정부에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은 당시 국회 국정감사 때 "김한솔의 위치를 파악하고는 있지만 공개할 수는 없다. 다만 안전하게 있다"고 했다.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천리마민방위는 올들어 조직명을 '자유조선'으로 바꾼 뒤 전보다 과감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 1일 김정은 체제 타도를 외치며 임시정부를 선언했다. 지난 10일엔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담벼락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자신들의 상징물과 '김정은 타도'와 같은 문구를 쓰는 낙서 테러를 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자유조선은 지난달 2차 미·북 정상회담 직전 벌어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의 배후가 자신들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FBI와 상호 비밀유지 합의 하에 엄청나게 잠재적 가치가 있는 마드리드(북한 대사관 사건)에 대한 특정 정보를 공유했다"면서 "이 정보는 그들이 요구했다"고 말했다.

스페인 고등법원이 26일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스페인 북한대사관을 침입한 괴한은 10명으로 이 중에는 한국과 미국, 멕시코 국적자가 포함됐다. 이들은 범행 직후 4개조로 나뉘어 포르투갈로 이동했다. 이들 중 '에이드리언 홍 창'이라는 인물은 녹음 파일 등 정보를 넘기기 위해 FBI와 접촉했다.

자유조선 측이 자신들이 취득한 정보를 해외 정보를 담당하는 CIA가 아닌 FBI에 넘긴 점도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해선 김한솔을 구출해낸 뒤, 보호하는 과정에서 자유조선과 FBI의 접촉이 많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한솔은 현재 미국이나 유럽에 거주하고 있다는 설(說)이 유력하다. 다만 한 정보소식통은 "김한솔이 CIA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탈출한 뒤, FBI가 관리하는 안전가옥에서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런 김한솔을 매개체로 자유조선과 FBI의 접촉이 잦아지면서 상호 신뢰가 쌓였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자유조선의 최근 활동과 관련해 천리마민방위 시절과는 스케일이 다르다며 '상당한 실력의 프로'라고 평가했다. 한 관계자는 "김한솔을 구출할 때만 해도 천리마민방위는 해외 정보기관의 도움을 일방적으로 받아야 하는 조직이었다"면서 "이제는 정보를 서로 교환할 수 있는 위치까지 왔다.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으로 후원금을 모집하는 방식도 상당히 치밀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스페인 고등법원이 지목한 북 대사관 침입자 중 한국 국적자의 정체가 주목받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 공안⋅정보 기관 출신 탈북자들 중 미국이나 유럽 등에 나가 사는 사람이 적잖다"며 "이들이 미 FBI 등과 연계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이들은 탈북 후에도 평양 정권 내부에 접선망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자유조선 활동이 평양 정권을 긴장하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7/20190327015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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