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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을 기억해주세요"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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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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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수병, 내일 새벽까지 근무라서 피곤할 텐데 내가 몇 시간 대신 서줄 테니 눈 좀 붙여라." 신 하사는 함정 뱃머리에서 경계근무 중이던 정 병장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정 병장은 선임의 배려에 고마워하며 내무반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10여분 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1200t급 초계함이 순식간에 두 동강 났다. 내무반이 있는 후미 쪽은 깊은 바다로 가라앉았다. 신 하사는 죽음을 면했지만 정 병장은 돌아오지 못했다. 2010년 3월 26일 밤 천안함 두 장병은 그렇게 생사(生死)가 갈렸다.

▶이후 신 하사도 사는 게 아니었다. 상처투성이 몸은 시간이 지나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자기 대신 정 병장이 죽었다'는 자책감은 견딜 수 없었다. 아직도 그는 밤마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신 하사 어머니는 새벽이면 교회에 나가 아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를 올린다. 사연을 전한 조용근 전 천안함재단 이사장은 "부하를 그토록 아끼던 신 하사의 마음속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만물상]

▶어제가 천안함 폭침 9주기였다. 작전 임무 중이던 천안함은 백령도 서남쪽 2.5㎞ 해상에서 북한 어뢰에 맞아 침몰했다. 승조원 104명 가운데 58명이 구조됐지만 46명은 전사했다. 여섯은 시신도 못 찾았다.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해군 특수전 여단 한주호 준위와 금양호 선원 아홉 명도 숨졌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슬픔과 고통은 유가족과 생존자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대부분 불면과 우울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런 이들의 상처를 한 번 더 후벼 파는 게 천안함을 애써 잊고 외면하려는 일부 정치권 모습이다. 고(故) 이창기 준위 어머니는 "대통령이 세월호에는 발벗고 나섰는데 천안함은 저리 가라더라. 나 같은 늙은이도 알겠더라. 다 소중한 자식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아들의 뼈 한 조각 찾지 못해 아들이 생전에 남긴 머리카락과 손톱만 갖고 장례를 치렀다. 어머니는 "대통령이 관심 없으니 방송에도 천안함이 안 나오고 김정은이 더 자주 나오는 것 같다"고도 했 다.

▶대통령은 올해도 '서해 수호의 날' 대신 '로봇' 행사에 갔다. 피해자 대통령이 가해자 북한 눈치를 보는 것이다. 국방부 장관은 천안함 사건을 "불미스러운 충돌"이라고 했고, "천안함은 우발적 사건"이라고 한 사람은 통일부 장관에 지명됐다. 이 준위 어머니는 "우리 아들을 잊는 것이 평화는 아니지 않으냐"고 절규했다. 그 말이 귀를 떠나지 않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6/20190326035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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